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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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들어 20일까지 무역적자가 76억달러를 기록했다. 석유류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버팀목이 됐던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 무역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입 21.1% 늘 때 수출은 3.4% 감소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6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312억8300만달러, 수입액은 389억2500만달러로 잠정 집계(통관 기준)됐다. 이에 따라 전년 동기 흑자(2억3600만달러)였던 무역수지는 적자(-76억4200만달러)로 전환했다.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감소했다. 다만 이는 조업일수가 전년 보다 이틀 적었던 영향이다.일평균 수출액이 11.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월간 기준 수출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수출 증가세는 상당부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6월호에서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차질,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이달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작년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한 기록이 이달 중단될 것으로 본 것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1.9%), 석유제품(88.3%), 가전제품(2.0%) 등의 수출액이 1년 전보다 늘었다. 반면 승용차(-23.5%), 자동차 부품(-14.7%), 무선통신기기(-23.5%) 등은 감소했다.수출 상대국별로는 대만(16.5%), 싱가포르(54.9%) 등은 증가하고 중국(-6.8%), 미국(-2.1%), 유럽연합(EU·-5.3%), 베트남(-4.7%) 등은 감소했다.

수입액은 21.1% 증가했다.국제유가 상승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원유 수입이 63.8% 늘었다. 석탄(155.4%)과 가스(30.2%) 등도 수입액이 늘었다. 3대 에너지원인 이들 품목의 합계 수입액은 92억61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55억2800만달러 대비 67.5%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6.5%), 승용차(-34.8%) 등의 수입액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23.4%), 미국(13.3%), 일본(1.9%) 등으로부터의 수입액이 늘었다. 전쟁 중인 러시아(-44.1%)와 유럽연합(-3.3%) 등에서의 수입액은 줄었다.

외환위기급 무역적자 온다

무역수지는 76억4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억36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무역수지 적자는 올들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47억4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2월과 3월엔 소폭 흑자를 냈지만 4월(-25억800만달러)과 5월(-17억1000만달러) 다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까지 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1월1~6월20일까지의 누적 무역적자는 154억6900만달러에 이른다. 남은 열흘간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는 지난 1996년 하반기 125억5000만달러를 넘어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하반기에는 무역적자 폭이 일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9.2% 증가한 7039억달러, 수입은 16.8% 증가한 718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역수지 적자 전망치는 147억달러다. 상반기 적자 폭에 비해선 줄어드는 것이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무역적자(132억6741만달러)보다도 큰 규모이며 1996년(206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우리 수출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하반기 글로벌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원자재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 제조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