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이스라엘을 이끈 연립정부가 자진 해산을 추진한다. 해산이 성사되면 이스라엘은 2019년 이후 다섯 번째 총선을 치르게 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연정 파트너인 야이르 라피드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해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양각색의 정당이 모인 연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선택지들에 지쳤다”며 “쉽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베네트 총리는 다음주 해산안을 제출하고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해산안이 통과되면 제36대 이스라엘 정부는 해체되고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라피드 외교부 장관이 임시 총리를 맡는다. 조기 총선은 표결 후 90일인 뒤인 10월 25일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행사도 라피드 장관이 이끈다.
이번에 총선을 치르게 되면 이스라엘은 3년 사이 다섯 번째 총선을 치르는 국가가 된다. 2019년부터 정당 간 이견으로 연정 구성이 무산돼 왔다.

이번 조치로 해산되는 베네트-라피드 연정은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리쿠드당 소속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8개 군소 정당이 모여 ‘무지개 연정’으로도 불린다. 우파, 좌파, 진보, 이슬람 등 정치·이념적 지향점이 다른 정당들이 참여해 이상적인 권력 분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反)네타냐후’밖에 지향점이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결국 팔레스타인 문제 등 첨예한 사안에 대한 의견이 나뉘며 의원들의 이탈 선언이 이어졌다.

총 15년간 이스라엘을 이끌어오다 실각한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재임 중 금품 수수와 배임, 사기 등 혐의로 2019년 말 검찰에 기소됐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조기 총선에 대해 “엄청난 뉴스”라며 “이스라엘 국가를 다시 부흥시킬 필요가 있고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보수파 리쿠드당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