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이자 유일한 삶을 살아간다. 리허설 한 번 못하고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이따금 상상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지.’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다른 우주에 사는 나…다양한 가능성 그려"
은모든 작가(사진)는 최근 이런 상상을 담아 첫 연작소설집 《우주의 일곱 조각》을 냈다. 소설 일곱 편을 통해 30대 동갑내기 여성 세 명의 삶을 일곱 가지 버전으로 그려냈다.

21일 서울 망원동의 한 서점에서 만난 은 작가는 “연작소설을 통해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집 속 한 작품은 다른 작품의 ‘스핀오프’ 혹은 ‘평행우주’다. 스핀오프는 영화, 드라마에서 특정 캐릭터나 설정을 기초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걸 말한다. 작품 속 세 주인공 은하와 성지, 민주는 편마다 같은 듯 다른 삶을 산다. 예컨대 음악을 좋아하는 은하는 한 작품에서는 쌍둥이를 둔 워킹맘으로 언젠가 집에 음악감상실을 만들 날을 꿈꾸고, 다른 작품에선 디제잉을 한다. 한 인물이 다양하게 변주되는 걸 읽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삶과 사랑의 방식을 긍정하게 된다. 은 작가는 “또래 여자들이 폭력적인 가정생활이나 연애에 얽매여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다양한 방식의 좋은 관계, 연애나 사랑으로 규정되지 않는 인간관계까지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우주에 사는 나…다양한 가능성 그려"
은하, 성지, 민주는 은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조연으로 스쳐 간 인물이기도 하다. 은하는 《오프닝 건너뛰기》에서 주인공과 요가 수업을 같이 듣는 인물로, 짧은 대화를 한 뒤 사라진다. 은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을 자꾸 생각하고 마주하다 보면 문득 ‘그 인물도 이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되고 그게 소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은 작가는 소설가 말고 다른 삶을 사는 스핀오프를 꿈꿔본 적은 없을까. 10년 넘게 도전한 끝에 ‘2018년 한경 신춘문예’ 장편 소설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그는 “소설가가 되기까지 기다림이 너무 길었고, 요새 들어 글 쓰는 일이 더 재밌다”며 “다시 태어나도 소설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