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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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22일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 유지 위반' 징계 심의를 열기로 하면서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표는 전날(21일) SNS에 "포에니 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라고 글을 썼다. 로마의 전쟁 영웅인 스키피오가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를 꺾고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내부 정적으로 인해 원로원에서 물러난 일을 자신의 처지와 빗댄 것이다.

당 안팎에서도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에서 두 번이나 승리했던 대표를 쫓아내는 모양새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직전 원내대표이자 지방선거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 상납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이 대표 징계 시 당에 치명적인 결과가 올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 징계를 앞두고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상황별 시나리오를 알아봤다.

① 윤리위 징계 강행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윤리위는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모든 당원에 대한 징계 관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 9명의 윤리위원 중 절반 이상(5명) 출석, 절반 이상(3명) 찬성으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9명의 윤리위원 중 3명 가량이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찬성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원 5명이 참석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7명 이상의 윤리위원이 참석할 경우 3인 외에 추가적인 징계 찬성 윤리위원이 있어야 징계가 확정된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당 대표직이 박탈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가장 높은 수위인 '제명'보다 한 단계 아래인 '탈당 권고'가 이 대표에게 더 치명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제명의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탈당 권고의 경우 징계 대상자가 권유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내야 한다. 시일 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가 직접 제명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가장 낮은 수위인 경고를 받더라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이 대표에게 레임덕 현상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의 설전 등을 통해 표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떤 징계든 이 대표에게는 치명상"이라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② 이준석, 징계 시에도 기회는 있다?

징계가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한 번의 기회는 더 주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 대표는 필요시 윤리위 징계 결정 사항을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 제43조 2항에 따르면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시·도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해뒀다. 이 대표가 윤리위 결정에 대해 반박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최고위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원장 등 당연직 3명과 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용태·윤영석 최고위원 등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대표를 제외한 7명 중 4명이 윤리위 징계 반대에 찬성한다면 징계 처분이 취소 혹은 변경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징계 취소 가능성까지 열어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③징계 결정 보류 가능성도 대두

당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섣부르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면서 윤리위에서 징계 결정을 보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윤리위는 이번 징계 심의에 김철근 당 대표 비서실장만 소환했을 뿐, 이 대표에게는 출석 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윤리위는 1차 조사 성격이 짙다"며 "당장 징계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 분위기를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윤리위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징계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인데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며 "수사 결과에서 성 상납 의혹에 대해 무혐의를 발표할 경우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윤리위가 역풍을 감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지속해서 윤리위의 속도전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주도의 혁신위원회 힘 빼기 등의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돌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대표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윤리위가 무리하게 나서서 당내 혼란을 만드는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윤리위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반 이상의 윤리위원들이 모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해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윤리위 징계 심의가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