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레이드 2상 임상시험계획 공개
양사는 최근 각각의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블레이드는 올 2분기, 브릿지바이오는 올 하반기로 임상 2상 진입 예상 시점을 제시했다.
22일 브릿지바이오는 오토택신 저해제 ‘BBT-877’의 특발성 폐섬유증(IPF)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추가 자료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오토택신은 인체 내 지방인 ‘리소포스파티딜콜린(LPC)’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으로 변환시키는 효소다. 오토택신에 의해 만들어진 LPA는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결합해 경화증, 종양의 형성 및 전이 등을 유도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BBT-877은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LPA의 생성을 줄이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브릿지바이오, 갈라파고스 3상 실패 후 '퍼스트 무버'로 주목
오토택신 저해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 중에서는 갈라파고스가 가장 빨리 임상 3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작년 2월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의 권고에 따라 ‘GLPG1690'의 IPF 임상 3상을 중단했다. IDMC는 임상을 계속 진행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갈라파고스는 상세한 임상 중단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갈라파고스가 임상을 중단한 후 브릿지바이오의 BBT-877이 유력한 세계 첫 오토택신 저해제 후보가 됐다. 후속 개발사 중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었다. BBT-877은 2020년 1월에 미국 임상 1상을 마쳤다.
BBT-877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던 2019년에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됐다. 그러나 2020년 11월 기술이 반환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은 BBT-877의 독성 우려를 제기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이후 임상 2상 진입을 위해 FDA가 요구한 추가 실험을 비롯해 독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를 지난달까지 FDA에 모두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다국가 임상 경험이 많은 대형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계약도 체결했다.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제출한 자료에 대한 FDA의 회신을 내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 다국가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한 자료에는 2상 임상 설계(프로토콜)가 포함됐다”며 “FDA의 회신을 바탕으로 다국가 임상을 위한 시험계획을 다른 국가의 규제당국에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블레이드, 임상 2상 계획 공개
브릿지바이오가 추가 실험을 진행하는 사이, 미국 블레이드가 경쟁자로 떠올랐다. 블레이드는 오토택신 저해제인 ‘BLD-0409’를 IPF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에 임상 1상을 마쳤다.블레이드는 지난 4월 FDA로부터 임상 1상 결과에 대한 회신을 수령했다. 회신에는 BLD-0409의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요구 사항이 포함됐다. 당시 블레이드는 FDA의 회신을 기반으로 올 2분기에 임상 2상에 진입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국립보건연구원(NIH)이 운영하는 임상등록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TG)를 통해 임상 2상 계획을 공개했다. FDA에서 승인받은 모든 임상은 첫 환자 등록 후 21일이 지나기 전까지 CTG에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CTG에 게시된 임상이 모두 FDA로부터 승인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18일에 갱신된 현황에 따르면 블레이드는 아직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다(Not yet recruiting). 임상 시작 예상 시점은 지난달 말로 표기됐다.
블레이드는 2상에서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BLD-0409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임상 대상자는 표준치료제인 ‘닌테다닙’ 또는 ‘피르페니돈’의 투여 이력과 관계없이 모집한다. 이중맹검, 무작위 방식으로 배정된 각각의 환자군에 BLD-0409 혹은 위약을 250mg 1일 1회, 500mg 1일 1회, 500mg 1일 2회 투여한다.
26주차까지의 노력성폐활량(FVC) 변화를 1차 평가지표로 설정했다. 노력성 폐활량은 천천히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후 빠르고 세게 최대한 내뱉는 공기의 양을 말한다. 폐 기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다.
GLPG1690 임상 3상에 실패한 갈라파고스는 오토택신 저해제 개발을 포기했다. 이후 신약개발 계획을 재조정했다. IPF 치료제 개발은 ‘CHIT1'와 'AMCase'를 이중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GLPG4716’으로 진행 중이다.
갈라파고스는 21일(현지시간) 셀포인트와 어바온드바이오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셀포인트는 CAR-T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어바운드바이오는 인간 항체 집합체(라이브러리) 기반의 신약개발사다. 갈라파고스는 두 기업 인수를 통해 차세대 세포치료제 분야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