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원 시키세요" 상습 업무 거부, 징계 안된다고?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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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지속적으로 업무를 거부한 직원에게 정직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1부는 지난 17일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직원 16명 규모의 작은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에 경리직으로 입사한 A의 회사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A는 입사 이후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회사에서 A를 경리직에서 생산부로 발령 내자 이를 문제 삼아 결국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전직 판단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경리를 뽑은 회사는 A를 경리직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후 A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상사의 반복된 구두 경고를 무시했다는 이유 등으로 2020년 3월 견책 징계를 받게 됐다.
견책 징계를 받았지만 A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A는 '원직 복직 요구', '회사 내 CCTV 설치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메일이나 카톡을 업무가 끝난 다음에도 부장 등에게 보냈다. 부장이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하겠다. 왜 보내는 게 안되냐"며 부장의 지시를 무시한채 메일이나 카카오톡을 계속 전송했다. 또 부장의 시말서 작성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4월에는 1개월 감봉의 추가 징계를 받았다.
이에 A의 반발은 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회사가 제시한 징계 사유에 따르면 A는 업무 내용을 정리하라는 상급자의 요청에 "다른 사원이 할 일"이라며 거부했고, 문서 스캔을 하라는 요청에도 "제가요? 제가 왜 스캔을 떠야 하는지?"라고 대답하면서 업무를 거부했다.
또 전체 청소 후 추가 청소 요청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 할 때 나도 같이 했는데 나만 추가로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부하거나, 대장 작성 요청에 대해 "내 일 아니다"라며 업무 명령을 수차례 무시했다. 대표의 요청에 대해서도 "대표님이 알아서 잘 하시니 확인하시고 내 일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이런식으로 4월 8일부터 23일까지 18차례의 지시 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결국 A는 감봉 징계 한달만에 정직 징계를 또 추가로 받게 됐다.
이에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가 정당하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A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는 "부당전보 판정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생산부 업무를 계속 부여했다"며 "(반복적인 업무 거부는) 부당 전직 전의 상태로 업무를 돌려달라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표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나 청소 업무, 문서스캔 업무 지시를 거부한 것 등은 A의 업무이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된다고 봤다. 다만 일부 업무 지시는 괴롭힘이나 보복의 의도가 엿보이고, A의 업무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정된 사유만으로는 감봉을 내릴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A의 본격적인 업무 거부에는 회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회사가 문제 삼는 지시 불이행은 업무 분담 때문인데, 이는 부당전직 판정에 따른 원직 복귀를 소홀히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부당전직과 관련된 업무분장을 거부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고, 특히 그러한 업무분장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 의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당한 전보에 대한 불만을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표출했다고 하더라도 징계할 수 없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징계 절차를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주의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서울행정법원 11부는 지난 17일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직원 16명 규모의 작은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에 경리직으로 입사한 A의 회사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A는 입사 이후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신고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회사에서 A를 경리직에서 생산부로 발령 내자 이를 문제 삼아 결국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전직 판단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경리를 뽑은 회사는 A를 경리직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후 A는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상사의 반복된 구두 경고를 무시했다는 이유 등으로 2020년 3월 견책 징계를 받게 됐다.
견책 징계를 받았지만 A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A는 '원직 복직 요구', '회사 내 CCTV 설치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메일이나 카톡을 업무가 끝난 다음에도 부장 등에게 보냈다. 부장이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하겠다. 왜 보내는 게 안되냐"며 부장의 지시를 무시한채 메일이나 카카오톡을 계속 전송했다. 또 부장의 시말서 작성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4월에는 1개월 감봉의 추가 징계를 받았다.
이에 A의 반발은 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회사가 제시한 징계 사유에 따르면 A는 업무 내용을 정리하라는 상급자의 요청에 "다른 사원이 할 일"이라며 거부했고, 문서 스캔을 하라는 요청에도 "제가요? 제가 왜 스캔을 떠야 하는지?"라고 대답하면서 업무를 거부했다.
또 전체 청소 후 추가 청소 요청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 할 때 나도 같이 했는데 나만 추가로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부하거나, 대장 작성 요청에 대해 "내 일 아니다"라며 업무 명령을 수차례 무시했다. 대표의 요청에 대해서도 "대표님이 알아서 잘 하시니 확인하시고 내 일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이런식으로 4월 8일부터 23일까지 18차례의 지시 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결국 A는 감봉 징계 한달만에 정직 징계를 또 추가로 받게 됐다.
이에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가 정당하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A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는 "부당전보 판정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생산부 업무를 계속 부여했다"며 "(반복적인 업무 거부는) 부당 전직 전의 상태로 업무를 돌려달라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표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나 청소 업무, 문서스캔 업무 지시를 거부한 것 등은 A의 업무이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된다고 봤다. 다만 일부 업무 지시는 괴롭힘이나 보복의 의도가 엿보이고, A의 업무로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정된 사유만으로는 감봉을 내릴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A의 본격적인 업무 거부에는 회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회사가 문제 삼는 지시 불이행은 업무 분담 때문인데, 이는 부당전직 판정에 따른 원직 복귀를 소홀히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부당전직과 관련된 업무분장을 거부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고, 특히 그러한 업무분장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 의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당한 전보에 대한 불만을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표출했다고 하더라도 징계할 수 없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징계 절차를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주의를 요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