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가정 복귀 취지 아냐"…아동·의사단체 "학대 아동에 대한 이해 없어"
'초등생 상습학대' 집행유예 판결, 법원 해명에도 규탄 이어져
초등학생 자녀를 상습학대한 양부모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과 관련해 규탄 성명이 잇따르자 법원이 해명에 나섰지만, 아동·의사단체의 비판은 계속됐다.

창원지법은 22일 해명자료를 내고 아동·의사단체가 '부모가 아이 치료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정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을 한 데 대해 "가정 복귀를 전제로 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창원지법은 "피해 아동은 현재 피고인들로부터 분리돼 보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고 보호기관 및 전문가와 협의해 정서적 치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피고인들이 그 노력을 다하라고 주의시키고 당부하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아동이 보호기관에서 생활할지 가정으로 복귀할지는 형사재판의 재판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아동·의사단체는 이날 창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판결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재차 비판했다.

이들은 "양부모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학대 현장으로 다시 내모는 잠재적 살인 행위"라며 "이 어처구니없는 판결은 아이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이고 판사가 학대 아동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전혀 없다는 고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방향에 역행하는 매우 후진적인 판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번 판결 번복뿐만 아니라 국가의 책임 있는 아동학대 대응 정책 시행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내 거주하는 초등학생 A군은 2020년 12월 양부모로부터 폭언에 시달리고 한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방에 방치돼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거나 찬물에 목욕하는 등 학대를 당했다며 지구대에 신고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창원지법은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 B(43)·C(41)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어린 피해 아동을 사실상 배제·희생시켜 부모로서 기본적 의무를 저버렸다"며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 향후 보호기관 및 전문가 협의로 피고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