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고용없는 성장의 덫…노동시장 유연화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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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고용 없는 성장' 이어져
신기술이 노동 대체하지만
장기적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직된 노동시장이 고용창출 저해
산업 변화 유연하게 대응하고
노동·자본 이동 자유롭게 해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기술이 노동 대체하지만
장기적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직된 노동시장이 고용창출 저해
산업 변화 유연하게 대응하고
노동·자본 이동 자유롭게 해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통적인 거시경제 이론에 따르면 생산과 고용은 함께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경제 불황기에는 생산이 줄고 고용도 감소한다. 반면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 생산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 고용도 증가한다. 그러나 최근 생산과 고용의 동조성이 매우 약화됐다. 미국의 경우 대개 1년이 지나면 생산은 바닥을 찍고 회복했다. 고용도 한 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잇달아 회복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고용이 바닥을 찍고 불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다.
그림은 1990년 이후 한국의 경기순환 국면 중 비교적 경기변동 폭이 컸던 두 번의 경기순환(1997년 IMF 사태와 2007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과 고용률(인구 대비 고용자 수)의 변화를 그린 것이다. X-축은 통계청 기준 경기순환 정점(불황 시작 시점)부터 경과된 분기를 나타내며, Y-축은 각 변수의 경기순환 정점의 값 대비 변화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이 생산에 비해 회복이 현저히 더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불황의 경우 약 네 분기가 지나면 GDP는 저점을 통과했으며, 2008년 불황의 경우 약 세 분기가 지나면 GDP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용률을 보면 1997년 불황의 경우 무려 4년이 지나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었고, 2008년 불황의 경우 약 3년이 지나서야 불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처럼 고용이 생산을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을 ‘고용 없는 경기 회복’ 또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유력한 가설 가운데 하나가 니어 하이모비치와 헨리 수(2020년)가 제시한 정형화된 직업편향적 기술 진보로 인한 기술과 자본의 노동 대체 현상이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로봇과 소프트웨어들은 루틴한 반복작업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행기나 열차의 예약 서비스와 공장의 조립라인 노동력이다.
이같이 반복 노동 위주의 직업군은 전통적으로 중산층을 형성하는 화이트칼라의 중간 이하 직종과 대규모 자동화 공장의 블루칼라 직종으로서 이들의 일자리 감소가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회복할 때면 불황기에 사라졌던 일자리가 다시 돌아왔지만, 이제는 기업의 신규 투자가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고용 회복이 더뎌져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가진 한국의 경우 기업은 신규(특히 정규직) 고용 창출을 주저하게 된다.
혹자는 이러한 기술 발전을 통한 기계의 노동력 대체로 인해 미래에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다수의 경제학자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과거 1, 2, 3차 산업혁명(증기기관, 전기, 인터넷의 발명과 보급)의 사례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초기에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로게이머 유튜버 등 오히려 과거에는 상상치 못했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번만큼은 예외일까? 기술혁명은 비록 단기적으로 특정 직업군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변화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으며 기술혁명을 외면하는 사회는 경쟁에서 도태되게 마련이다.
아쉽게도 산업 구조 변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게 마련인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 이러한 과정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도태되는 기업과 산업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과 산업으로 노동과 자본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혼을 못 하게 하면 결혼이 줄어들 듯 경직적 노동시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도입과 더불어 마음껏 자유롭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림은 1990년 이후 한국의 경기순환 국면 중 비교적 경기변동 폭이 컸던 두 번의 경기순환(1997년 IMF 사태와 2007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과 고용률(인구 대비 고용자 수)의 변화를 그린 것이다. X-축은 통계청 기준 경기순환 정점(불황 시작 시점)부터 경과된 분기를 나타내며, Y-축은 각 변수의 경기순환 정점의 값 대비 변화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이 생산에 비해 회복이 현저히 더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불황의 경우 약 네 분기가 지나면 GDP는 저점을 통과했으며, 2008년 불황의 경우 약 세 분기가 지나면 GDP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용률을 보면 1997년 불황의 경우 무려 4년이 지나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었고, 2008년 불황의 경우 약 3년이 지나서야 불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처럼 고용이 생산을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을 ‘고용 없는 경기 회복’ 또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유력한 가설 가운데 하나가 니어 하이모비치와 헨리 수(2020년)가 제시한 정형화된 직업편향적 기술 진보로 인한 기술과 자본의 노동 대체 현상이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로봇과 소프트웨어들은 루틴한 반복작업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행기나 열차의 예약 서비스와 공장의 조립라인 노동력이다.
이같이 반복 노동 위주의 직업군은 전통적으로 중산층을 형성하는 화이트칼라의 중간 이하 직종과 대규모 자동화 공장의 블루칼라 직종으로서 이들의 일자리 감소가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회복할 때면 불황기에 사라졌던 일자리가 다시 돌아왔지만, 이제는 기업의 신규 투자가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고용 회복이 더뎌져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가진 한국의 경우 기업은 신규(특히 정규직) 고용 창출을 주저하게 된다.
혹자는 이러한 기술 발전을 통한 기계의 노동력 대체로 인해 미래에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다수의 경제학자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과거 1, 2, 3차 산업혁명(증기기관, 전기, 인터넷의 발명과 보급)의 사례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초기에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로게이머 유튜버 등 오히려 과거에는 상상치 못했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번만큼은 예외일까? 기술혁명은 비록 단기적으로 특정 직업군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변화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으며 기술혁명을 외면하는 사회는 경쟁에서 도태되게 마련이다.
아쉽게도 산업 구조 변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게 마련인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 이러한 과정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도태되는 기업과 산업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과 산업으로 노동과 자본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혼을 못 하게 하면 결혼이 줄어들 듯 경직적 노동시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도입과 더불어 마음껏 자유롭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