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세대공감] 뉴트로에 빠진 MZ세대…추억 소환 넘은 '새로운 놀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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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한 퇴근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들의 사투가 눈물겨웠다. 분명 자녀가 없거나 결혼하지 않은 젊은 직장인들인데도 어렵게 구한 스티커를 아이폰 케이스에 붙이고 인증했다. 1998년 출시돼 밀레니얼 세대의 초등학생 시절을 뜨겁게 달궜던 ‘스티커 모으는 빵’이 약 25년 만에 그러한 추억조차 간직하고 있지 않은 후배 세대인 Z세대 마음마저 사로잡았다는 얘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인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분명 포켓몬빵에 대한 추억이 존재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인 Z세대는 그런 빵과 스티커 모으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모든 열풍은 ‘밀레니얼의 주도와 Z세대의 가담’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기록’의 존재와 ‘공유 가능성’ 덕분이다.
예전의 레트로는 해당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를 중심으로 잠시 ‘추억 소환’이 돼 유행하다가 사라지곤 했다. 한때 방송가와 50대 이상 세대 사이에 화제가 됐던 ‘쎄시봉’ 열풍도 그랬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즉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와 인터넷과 온라인 생활이 활성화한 2000년대 초중반 이후의 많은 패션, 식음료, 대중예술 등은 그대로 인터넷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러한 것들을 모아 ‘추억 소환’이나 ‘그땐 그랬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콘텐츠로 생산한다. 처음에는 관련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클릭하거나 터치해 이를 보고 즐거워하지만, 결국 연관된 추억이 없던, 더 어리거나 젊은 세대도 이를 보며 그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들여다본다. 1990년대 이후, 짧게 잡아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존재했던 것들이라면 당연히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땐 이랬다고 한다’라는 콘텐츠로 재생산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계정이나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를 공유한다. 기억할 순 없으나, 처음부터 완전히 공감할 수 없으나 검색할 수 있고 공유할 수는 있다. 그래서 같이 즐길 수 있다. 이게 바로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신레트로 현상’의 핵심이다.
2022년 봄을 강타한 포켓몬빵 열풍은 일종의 FAD(For A Day)다. 열풍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레트로 현상,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이른바 ‘뉴트로’라는 큰 트렌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뉴트로 현상은 그 열풍의 대상과 소재만 바뀌었을 뿐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국악 영상, 큰 포대자루의 ‘곰표’ 밀가루 상표를 내건 밀맥주의 인기를 통해 반복돼 왔다.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놀이 방식을 품은 빵인 포켓몬빵과 어떤 면에서 일맥상통할까. 단순한 옛 추억의 소환을 넘어선 ‘새로운 놀이’의 탄생이며 이러한 새로운 놀이가 이뤄지는 공간은 대체로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첨단의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온 ‘국악’, ‘추억의 식재료 상표’, ‘아날로그적 놀이’인 셈이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합 가능한 이질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와 문화로 재탄생이 가능하고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억지스럽게 ‘경제위기와 자산가격 폭등 속에 현실에서 좌절한 젊은이들이 포켓몬빵 스티커 모으기 같은 소소한 챌린지와 즐거움으로 재미를 대체하고 있다’라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분석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으나 정확한 분석은 아닌 듯하다. 애초에 온라인에서의, SNS상에서의 놀이와 ‘밈’을 현실과 동떨어진 그 무엇으로 치부해버리는 ‘오프라인 중심’ 사고의 기성세대가 저지르는 흔한 분석 오류일 뿐이다.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인류는 지속적으로 ‘새롭고 팬시한 제품과 서비스,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해 사람들 앞에 펼쳐놓았다. 지금의 뉴트로 현상은 그 끝없이 새로워지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기만 하는 것들에 오히려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새로운 세대가 찾아낸 새로운 문화의 전유 방식이 아닐까.
고승연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저자,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인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분명 포켓몬빵에 대한 추억이 존재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인 Z세대는 그런 빵과 스티커 모으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모든 열풍은 ‘밀레니얼의 주도와 Z세대의 가담’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기록’의 존재와 ‘공유 가능성’ 덕분이다.
예전의 레트로는 해당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를 중심으로 잠시 ‘추억 소환’이 돼 유행하다가 사라지곤 했다. 한때 방송가와 50대 이상 세대 사이에 화제가 됐던 ‘쎄시봉’ 열풍도 그랬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즉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와 인터넷과 온라인 생활이 활성화한 2000년대 초중반 이후의 많은 패션, 식음료, 대중예술 등은 그대로 인터넷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러한 것들을 모아 ‘추억 소환’이나 ‘그땐 그랬지’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콘텐츠로 생산한다. 처음에는 관련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클릭하거나 터치해 이를 보고 즐거워하지만, 결국 연관된 추억이 없던, 더 어리거나 젊은 세대도 이를 보며 그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들여다본다. 1990년대 이후, 짧게 잡아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존재했던 것들이라면 당연히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땐 이랬다고 한다’라는 콘텐츠로 재생산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계정이나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를 공유한다. 기억할 순 없으나, 처음부터 완전히 공감할 수 없으나 검색할 수 있고 공유할 수는 있다. 그래서 같이 즐길 수 있다. 이게 바로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신레트로 현상’의 핵심이다.
2022년 봄을 강타한 포켓몬빵 열풍은 일종의 FAD(For A Day)다. 열풍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레트로 현상,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이른바 ‘뉴트로’라는 큰 트렌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뉴트로 현상은 그 열풍의 대상과 소재만 바뀌었을 뿐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국악 영상, 큰 포대자루의 ‘곰표’ 밀가루 상표를 내건 밀맥주의 인기를 통해 반복돼 왔다.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놀이 방식을 품은 빵인 포켓몬빵과 어떤 면에서 일맥상통할까. 단순한 옛 추억의 소환을 넘어선 ‘새로운 놀이’의 탄생이며 이러한 새로운 놀이가 이뤄지는 공간은 대체로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첨단의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온 ‘국악’, ‘추억의 식재료 상표’, ‘아날로그적 놀이’인 셈이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합 가능한 이질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와 문화로 재탄생이 가능하고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억지스럽게 ‘경제위기와 자산가격 폭등 속에 현실에서 좌절한 젊은이들이 포켓몬빵 스티커 모으기 같은 소소한 챌린지와 즐거움으로 재미를 대체하고 있다’라는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분석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으나 정확한 분석은 아닌 듯하다. 애초에 온라인에서의, SNS상에서의 놀이와 ‘밈’을 현실과 동떨어진 그 무엇으로 치부해버리는 ‘오프라인 중심’ 사고의 기성세대가 저지르는 흔한 분석 오류일 뿐이다.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인류는 지속적으로 ‘새롭고 팬시한 제품과 서비스,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해 사람들 앞에 펼쳐놓았다. 지금의 뉴트로 현상은 그 끝없이 새로워지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기만 하는 것들에 오히려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새로운 세대가 찾아낸 새로운 문화의 전유 방식이 아닐까.
고승연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저자,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