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보 잡아 2년 버텼지만 50억 빚만 남았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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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날개 꺾인 CEO 2인의 토로
도로·교통 분야는 우리나라에서 규제가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차량에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등을 활용한 광고판을 부착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고, 차량 공유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배달로봇은 인도를 다닐 수 없고, 드론 규제는 주요 국가 중 가장 단단합니다. 안전 사고, 기존 사업 침해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해외 선진국들이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모빌리티 분야는 많은 스타트업에 '개미지옥'이 되고 있습니다. "합법적 영역에 있다"는 정부의 법 해석에 따라, 또는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정부 방침 따라 사업을 준비했다가 생각지 못한 장벽에 막혀 문을 닫게 된 사례가 적지 않죠. 한경 긱스(Geeks)가 정부 규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꿈을 접어야 했던 두명의 창업자를 만나봤습니다. “언제 풀어줄 거냐고 공무원에게 묻고 국회의원실에 찾아가도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마치 회사가 망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민우 뉴코애드윈드 대표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회사 이전을 준비 중이다.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는 이유를 묻자 “아무리 기다려도 풀리지 않는 갑갑한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뉴코애드윈드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회사다. 장 대표는 “이 사업에 모든 걸 쏟았는데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은행 빚 50억원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허용 지역과 운행 대수를 잔뜩 제한한 채 허용된 시범 사업은 마치 신산업에 나선 스타트업들을 잡아먹는 ‘개미지옥’ 같았다고 장 대표는 토로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처음엔 오토바이 10대만 가지고 하라 했고, 문제를 제기하자 100대까지 늘려줬지만 그 후 추가 허용은 해주지 않았다”며 “오토바이 100대론 수익성을 맞출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조건 완화를 미루는 사이 적자는 쌓여만 갔다. 뉴코애드윈드의 광고 모델에 관심을 나타낸 회사들도 있었지만 운행대수와 지역이 제한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그는 “정부가 해외 사례가 없다고 해서 해외 사례를 조사해 제출하고 현지 법률까지 제시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그 나라가 한다고 우리도 해야하냐’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행정부 공무원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제2의 입법기관이자 사법기관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신산업 분야의 경우 사업 범위 등을 규정하는 법령이 아직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을 통해 일종의 사업 지침을 주는데, 이 지침이 사실상 규제가 돼 스타트업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기존 관행에 익숙해진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부터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장 대표는 "정부에서 6개월 뒤 운행대수와 지역을 넓혀줄 것처럼 얘기해 처음엔 6개월만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벌써 3년째인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 사이 은행 대출 50억원은 고스란히 장 대표의 빚으로 돌아왔다. "직원 6명의 월급은 신용카드 대출로 주고있다"고 했다. 그는 "최소한 오토바이 몇천대는 돼야지 광고주가 들어오지 현재 허용 기준으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막다른 골목에 선 그는 결국 두바이로의 본사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 담보 잡아서 사업자금으로 집어넣고 보험과 적금까지 다 깨면서 2년 넘게 버텼지만 정부는 아무 의지가 없었다”며 “국회의원부터 중앙부처 공무원까지 스무명 넘게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장 대표는 본사 이전 국가로 두바이를 선택한 데 대해 "중동 국가들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발광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법령이 있어 디디박스를 상용화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안전을 이유로 막고 있는 오토바이 배달통 광고 사업이 중동에서는 안전을 위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이렇게 단언했다. 박 대표는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을 모아 한 차량으로 이동하는 ‘콜버스’를 운영하다가 규제에 부딪혀 2년 만에 서비스를 접은 인물이다. 그는 “심야시간 대 운행하는 콜버스가 있었다면 운송 차량 공급이 지금처럼 경직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복잡한 이해관계와 누더기에 누더기를 더한 규제 때문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콜버스 사업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규제의 모든 문제점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2015년 등장한 콜버스는 앱을 통해 야간에 비슷한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을 모아서 이동하는 일종의 제한적 카풀 서비스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원조라 불리는 우버보다 2년 빨랐다. ‘부르면 오는 버스’로 유명해졌지만 승객을 뺏긴다고 생각한 서울시 택시사업자들이 반발하면서 박 대표의 고난이 시작됐다.
그는 "콜버스가 나오니까 서울시 택시조합에서 우릴 단속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택시업계는 신문에 '콜버스는 불법이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고 콜버스랩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맞서면서 갈등이 부각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중재안으로 기존 택시·노선버스 사업자에게만 심야 콜버스 운행 자격을 부여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발표했다. 택시업계와 노선버스업계가 제공하는 차량만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라는 뜻이었다.
택시조합은 논의 초기 250개의 차량을 콜버스에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제공된 것은 17대뿐이었다"고 박 대표는 회고했다. 그는 "1년이 지나고, 2년이 될 때까지 차량 증차가 안됐다. 택시조합에 아무리 늘려달라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겉으로는 규제를 풀어준 것처럼 보였지만 콜버스가 하려던 사업은 원래부터 아무 규제가 없었던 영역"이라며 "새로운 제약 사항을 만들어버리니 고사해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운행 시간과 지역까지 규제에 막히면서 도저히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그는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서울시는 콜버스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5시로 제한하고, 운행 지역도 강남 인근 3개~5곳 구로 묶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수요가 밤 10시~새벽 2시가 피크인데 이렇게 시간을 정해버리니 수지가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운행 시간과 지역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측은 "지역을 확대하려면 신고를 하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는 '그림자 규제'였다고 했다. "우리가 신고서를 제출해도 신고서를 받아주지 않는 방식으로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유지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가격도 바꿔보고, 지역도 늘려보고 하면서 수익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것"이라며 "결국 콜버스는 누더기가 됐고, 이 서비스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콜버스나 타다 베이직 같은 일종의 카풀 서비스가 잘 운영됐다면 최근 서울시의 심야 택시대란 같은 문제도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야 택시대란은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택시기사들이 코로나19 시기 배달의 민족과 쿠팡 등 플랫폼 배달 기사로 전업하면서 택시 공급이 줄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타다금지법’은 택시 이외에 운행을 어렵게 해 새로운 형태의 운송 서비스를 막았다. 콜버스를 비롯해 우버엑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쏘카의 타다 모두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타다도 콜버스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결국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법이 만들어졌다"며 "사실 이 법은 타다 보고 무조건 사업하지 말라고 한 것과 비슷하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 입장은 타다가 카풀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허용해줬다는 거지만 실제 사업을 하려면 차를 사야하고, 번호판 사야하고, 기여금까지 내야했다"며 "수익성이 전혀 안 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서 허용해줬다는 게 말이 되나"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모든 걸 다 자유롭게 허용해줘도 성공할 확률이 10% 이하"라며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에 맞서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규제 대못' 뽑는다지만…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을 연일 강조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진행된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토론을 하던 중 “정부와 기업은 거의 한 몸”이라며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중요 규제혁신 사안을 결정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규제가 스타트업의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만들고 있다"며 규제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창업기업들이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는지, (중기부에서) 사업이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작했다"며 "현재 125건을 접수했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관련 자료를 모두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벤처기업 복수의결권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복수의결권은 벤처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보유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겪고있는 '규제 대못'을 뽑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지금은 담당 공무원 입장에선 서비스를 허용했다가 옷 벗어야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규제개혁의 핵심은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관행과 관성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라고 했다.
스타트업이 새롭게 진출하려는 분야에 지금까지 일종의 ‘지대’를 누려온 전문가 단체가 존재할 경우 규제를 푸는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법률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의료정보 서비스를 다루는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 세무지원 플랫폼인 자비스앤빌런즈는 한국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새로운 서비스로 많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혜를 받더라도 특정 이익집단이 반발할 경우 이들 단체의 ‘표’를 고려해 정치 영역에서 규제를 만들어내는 측면에 있다”며 “새 정부가 규제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은 헌장 수준의 메시지를 내고 여러 이익집단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이 때문에 모빌리티 분야는 많은 스타트업에 '개미지옥'이 되고 있습니다. "합법적 영역에 있다"는 정부의 법 해석에 따라, 또는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정부 방침 따라 사업을 준비했다가 생각지 못한 장벽에 막혀 문을 닫게 된 사례가 적지 않죠. 한경 긱스(Geeks)가 정부 규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꿈을 접어야 했던 두명의 창업자를 만나봤습니다. “언제 풀어줄 거냐고 공무원에게 묻고 국회의원실에 찾아가도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마치 회사가 망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민우 뉴코애드윈드 대표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회사 이전을 준비 중이다.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는 이유를 묻자 “아무리 기다려도 풀리지 않는 갑갑한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뉴코애드윈드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회사다. 장 대표는 “이 사업에 모든 걸 쏟았는데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은행 빚 50억원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장민우 대표 "아파트 담보 잡아 버텼지만…"
장 대표는 2019년 ICT 규제 샌드박스가 처음 시행됐을 때 “정부가 나서서 고속도로를 깔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고 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첨단 신기술·서비스의 시장 출시와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다. 장 대표는 오토바이에 장착하는 배달통을 디지털화한 광고 서비스 ‘디디박스’ 사업을 2020년 2월 시작했다. 디디박스 앱으로 배달 기사가 음식점 배달 요청 콜을 수락하면 배달통 겉면에서 배달을 요청한 곳의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교통수단은 전기사용이나 발광방식의 조명을 이용하는 광고물 부착이 금지돼 있어 규제 샌드박스 서비스로 선정됐다. 2020년 장석영 당시 과기부 2차관은 뉴코애드윈드를 방문해 "디디박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광고 기반 새로운 배달대행 서비스로서 디지털·비대면 산업의 모범사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하지만 허용 지역과 운행 대수를 잔뜩 제한한 채 허용된 시범 사업은 마치 신산업에 나선 스타트업들을 잡아먹는 ‘개미지옥’ 같았다고 장 대표는 토로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처음엔 오토바이 10대만 가지고 하라 했고, 문제를 제기하자 100대까지 늘려줬지만 그 후 추가 허용은 해주지 않았다”며 “오토바이 100대론 수익성을 맞출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조건 완화를 미루는 사이 적자는 쌓여만 갔다. 뉴코애드윈드의 광고 모델에 관심을 나타낸 회사들도 있었지만 운행대수와 지역이 제한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그는 “정부가 해외 사례가 없다고 해서 해외 사례를 조사해 제출하고 현지 법률까지 제시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그 나라가 한다고 우리도 해야하냐’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행정부 공무원들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제2의 입법기관이자 사법기관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신산업 분야의 경우 사업 범위 등을 규정하는 법령이 아직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을 통해 일종의 사업 지침을 주는데, 이 지침이 사실상 규제가 돼 스타트업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기존 관행에 익숙해진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부터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장 대표는 "정부에서 6개월 뒤 운행대수와 지역을 넓혀줄 것처럼 얘기해 처음엔 6개월만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벌써 3년째인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 사이 은행 대출 50억원은 고스란히 장 대표의 빚으로 돌아왔다. "직원 6명의 월급은 신용카드 대출로 주고있다"고 했다. 그는 "최소한 오토바이 몇천대는 돼야지 광고주가 들어오지 현재 허용 기준으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막다른 골목에 선 그는 결국 두바이로의 본사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 담보 잡아서 사업자금으로 집어넣고 보험과 적금까지 다 깨면서 2년 넘게 버텼지만 정부는 아무 의지가 없었다”며 “국회의원부터 중앙부처 공무원까지 스무명 넘게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장 대표는 본사 이전 국가로 두바이를 선택한 데 대해 "중동 국가들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발광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법령이 있어 디디박스를 상용화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안전을 이유로 막고 있는 오토바이 배달통 광고 사업이 중동에서는 안전을 위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박병종 대표 "우버보다 2년 빨랐지만…"
“만약 ‘콜버스’나 ‘타다(타다 베이직)’가 지금까지 계속 운행을 했다면요? 당연히 지금의 ‘택시 대란’은 없었을 겁니다.”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이렇게 단언했다. 박 대표는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을 모아 한 차량으로 이동하는 ‘콜버스’를 운영하다가 규제에 부딪혀 2년 만에 서비스를 접은 인물이다. 그는 “심야시간 대 운행하는 콜버스가 있었다면 운송 차량 공급이 지금처럼 경직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복잡한 이해관계와 누더기에 누더기를 더한 규제 때문에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콜버스 사업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규제의 모든 문제점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2015년 등장한 콜버스는 앱을 통해 야간에 비슷한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을 모아서 이동하는 일종의 제한적 카풀 서비스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원조라 불리는 우버보다 2년 빨랐다. ‘부르면 오는 버스’로 유명해졌지만 승객을 뺏긴다고 생각한 서울시 택시사업자들이 반발하면서 박 대표의 고난이 시작됐다.
그는 "콜버스가 나오니까 서울시 택시조합에서 우릴 단속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택시업계는 신문에 '콜버스는 불법이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고 콜버스랩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맞서면서 갈등이 부각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중재안으로 기존 택시·노선버스 사업자에게만 심야 콜버스 운행 자격을 부여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발표했다. 택시업계와 노선버스업계가 제공하는 차량만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라는 뜻이었다.
택시조합은 논의 초기 250개의 차량을 콜버스에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제공된 것은 17대뿐이었다"고 박 대표는 회고했다. 그는 "1년이 지나고, 2년이 될 때까지 차량 증차가 안됐다. 택시조합에 아무리 늘려달라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겉으로는 규제를 풀어준 것처럼 보였지만 콜버스가 하려던 사업은 원래부터 아무 규제가 없었던 영역"이라며 "새로운 제약 사항을 만들어버리니 고사해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운행 시간과 지역까지 규제에 막히면서 도저히 수익성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그는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서울시는 콜버스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5시로 제한하고, 운행 지역도 강남 인근 3개~5곳 구로 묶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수요가 밤 10시~새벽 2시가 피크인데 이렇게 시간을 정해버리니 수지가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운행 시간과 지역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측은 "지역을 확대하려면 신고를 하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는 '그림자 규제'였다고 했다. "우리가 신고서를 제출해도 신고서를 받아주지 않는 방식으로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유지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가격도 바꿔보고, 지역도 늘려보고 하면서 수익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것"이라며 "결국 콜버스는 누더기가 됐고, 이 서비스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콜버스나 타다 베이직 같은 일종의 카풀 서비스가 잘 운영됐다면 최근 서울시의 심야 택시대란 같은 문제도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야 택시대란은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택시기사들이 코로나19 시기 배달의 민족과 쿠팡 등 플랫폼 배달 기사로 전업하면서 택시 공급이 줄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타다금지법’은 택시 이외에 운행을 어렵게 해 새로운 형태의 운송 서비스를 막았다. 콜버스를 비롯해 우버엑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쏘카의 타다 모두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타다도 콜버스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결국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법이 만들어졌다"며 "사실 이 법은 타다 보고 무조건 사업하지 말라고 한 것과 비슷하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 입장은 타다가 카풀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허용해줬다는 거지만 실제 사업을 하려면 차를 사야하고, 번호판 사야하고, 기여금까지 내야했다"며 "수익성이 전혀 안 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서 허용해줬다는 게 말이 되나"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모든 걸 다 자유롭게 허용해줘도 성공할 확률이 10% 이하"라며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에 맞서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규제 대못' 뽑는다지만…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을 연일 강조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진행된 '경제정책 방향 발표 회의'에서 토론을 하던 중 “정부와 기업은 거의 한 몸”이라며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중요 규제혁신 사안을 결정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규제가 스타트업의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만들고 있다"며 규제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창업기업들이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는지, (중기부에서) 사업이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작했다"며 "현재 125건을 접수했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관련 자료를 모두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벤처기업 복수의결권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복수의결권은 벤처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보유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겪고있는 '규제 대못'을 뽑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지금은 담당 공무원 입장에선 서비스를 허용했다가 옷 벗어야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규제개혁의 핵심은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관행과 관성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라고 했다.
스타트업이 새롭게 진출하려는 분야에 지금까지 일종의 ‘지대’를 누려온 전문가 단체가 존재할 경우 규제를 푸는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법률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의료정보 서비스를 다루는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 세무지원 플랫폼인 자비스앤빌런즈는 한국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새로운 서비스로 많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혜를 받더라도 특정 이익집단이 반발할 경우 이들 단체의 ‘표’를 고려해 정치 영역에서 규제를 만들어내는 측면에 있다”며 “새 정부가 규제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은 헌장 수준의 메시지를 내고 여러 이익집단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