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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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연기됐다. 다음달 7일 징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22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밤 늦게까지 이 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심의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는 다음달 7일에 진행하기로 했다"며 "징계 여부는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3년 모 기업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성상납을 받고, 측근을 통해 관련 내용 폭로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성상납 사실 자체가 사실무근이며, 측근도 전후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했던 것일 뿐 회유 시도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윤리위는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월부터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는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해 소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성상납 의혹을 무마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출석해 의혹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설명했다.

윤리위는 김 실장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 유지 위반' 혐의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김 실장에 대한 의혹이 덜 풀렸다는 윤리위 자체 판단에 따라 징계 절차를 개시키로 했다"며 "오늘 김 실장의 출석은 협조 차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심도 높은 심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미룬 것은 관련 사실관계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 관계 자체가 드러난 것이 없는만큼 애초에 법리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안된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만 갖고 징계를 강행할 경우 윤리위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경찰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징계 절차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다만, 경찰이 오는 23일 성상납을 했다고 거론되는 기업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사실 확인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에 윤리위 이전에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가지다. 제명과 탈당 권고는 물론,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된다. 당직을 맡아 당 운영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고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여당 대표에 대한 초유의 징계 결정인 만큼 리더십은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된다. 지방선거 이후 결집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 교체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충분한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보수 정당 사상 처음으로 당 대표에 징계를 내렸다는 점을 놓고 당 안팎의 상당한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징계 움직임 자체에 반발하고 있는만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관련 여진이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면 이 대표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고.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동훈/맹진규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