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에 전문성 필수 아냐"…김기식 전 원장의 지지 선언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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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초대 금감원장 내정자 교체…금융권 자리싸움으로 비화
두 번째 김기식 원장도 ‘비전문가 논란’ 뒤 보름 만에 낙마
文 정부 김기식 전 원장, 이 원장에 대해 "자격 갖췄다" 지지 눈길
두 번째 김기식 원장도 ‘비전문가 논란’ 뒤 보름 만에 낙마
文 정부 김기식 전 원장, 이 원장에 대해 "자격 갖췄다" 지지 눈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놓고 ‘비전문가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초대 금감원장 인사 때부터다. 문 정부의 첫 금감원장으로 내정된 이는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경상남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고,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에는 당무감사원장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후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거쳐 조국에 이어 문 정부 청와대의 두 번째 민정수석에 올랐던 인물이다. 친문계로 분류된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금감원장 입성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런데 하룻밤 새 인사가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 원장에 이어 12대 금감원장에 오른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원장도 비전문가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금융권 관련 경력이라고는 4년간의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이 전부였던 만큼 등 야당을 중심으로 금융정책과 감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 일었다. 그의 강성 이미지 탓에 업계에서는 ‘호랑이를 피하려다 라이거가 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물밑 반발도 거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임이 강행됐지만, 그는 취임하자마자 불법 후원금 등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정부에 상당히 우호적이던 정의당조차 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후원금 논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 판단을 내렸고, 그는 사퇴했다. 그의 재직기간은 불과 보름 정도에 불과해 역대 최단임 금감원장으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금감원장을 지낸 김기식 전 원장이 이 신임 원장에 대해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내 눈길을 끈다. 김 전 원장은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 “금감원장의 요건에 정책적 전문성이 필수적이지 않다”며 “물론 정책적 이해는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규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지식과 역량, 의지”라고 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관련 경제 범죄 수사를 통해 법률적 지식과 역량을 갖춘 신임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오히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둔 감독행정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비전문가’란 오명을 들은 것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일까, 자신의 비전문성을 발휘해 보지 못한 안타까움의 발로일까. 정치색이나 당파를 뛰어넘는 보기 드문 공감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
유병연 논설위원
◆문 정부의 금감원장 수난사
반전의 시작은 참여연대의 성명이었다. 2017년 8월 김 전 사무통장이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참여연대가 발 빠르게 성명서를 내고 “김 전 사무총장은 금융경력이 부족하고 금융 전문성도 부족하다”며 “신임 금융감독원장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의 간판이었던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성명서를 들고 대통령 집무실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단 몇 시간 만에 김 내정자를 밀어내고 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 사장을 거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금감원장으로 앉혔다는 게 정설이다. 짜인 각본에 따른 듯한 한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이 사건은 친문 핵심 세력의 분노를 샀다. 그들 사이에서 “우리가 금감원장 자리 하나도 못 앉히나”라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친문 실세들은 장 실장이 금융계 인사에 대거 입김을 미친다는 의심을 키웠고, 이때부터 금융권 인사가 오히려 친노그룹에 휘둘리는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 후 일부 금융기관장 자리에 내정자가 취소되고, 갑작스레 재공모가 이뤄지는 혼란이 있었다.최 원장에 이어 12대 금감원장에 오른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원장도 비전문가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금융권 관련 경력이라고는 4년간의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이 전부였던 만큼 등 야당을 중심으로 금융정책과 감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 일었다. 그의 강성 이미지 탓에 업계에서는 ‘호랑이를 피하려다 라이거가 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물밑 반발도 거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임이 강행됐지만, 그는 취임하자마자 불법 후원금 등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정부에 상당히 우호적이던 정의당조차 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후원금 논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 판단을 내렸고, 그는 사퇴했다. 그의 재직기간은 불과 보름 정도에 불과해 역대 최단임 금감원장으로 기록됐다.
◆이 신임 원장 ‘기대 반, 우려 반’
새 정부 초대 금감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 북 부지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가 선임되자 비슷한 비전문가 논란이 제기됐다. 새 정부는 이 원장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 시험에 동시 합력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업계는 갸우뚱했다. 그가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등 문 정권의 금융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투입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대출 규제 완화, 가계부채 제어 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금융시장 관리를 비전문가인 이 원장이 제대로 해낼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불안을 불식하는 일은 이제 이 원장의 몫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의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자 장사’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폭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은행 예대마진에 대해 소극적 대응에 머문 기존 금감원장들과는 어조가 달랐다는 전언이다. 은행들 사이에선 우려 섞인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금융 소비자들은 반기는 반응이다.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금감원장을 지낸 김기식 전 원장이 이 신임 원장에 대해 애정 어린 지지를 보내 눈길을 끈다. 김 전 원장은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 “금감원장의 요건에 정책적 전문성이 필수적이지 않다”며 “물론 정책적 이해는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규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지식과 역량, 의지”라고 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관련 경제 범죄 수사를 통해 법률적 지식과 역량을 갖춘 신임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오히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둔 감독행정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비전문가’란 오명을 들은 것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일까, 자신의 비전문성을 발휘해 보지 못한 안타까움의 발로일까. 정치색이나 당파를 뛰어넘는 보기 드문 공감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
유병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