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기부장관 "규제 혁신 없으면 스타트업 죽음의 계곡 못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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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한림원 주최
제123회 코리아리더스포럼
제123회 코리아리더스포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은 "규제 혁신이 없다면 스타트업이 아무리 늘어나도 새로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23일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런 제123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 발표차로 참석했다.
이 장관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존 산업계와 부딪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타다, 닥터나우와 같은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택시업계나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이 장관은 "기득권 앞에서 혁신을 이뤄낼지, 기존의 것을 유지할지에 대한 갈등이 첨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 리더십이 이런 부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국내 창업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0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환경은 세계 33위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최저라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예비 창업자들은 여전히 실패와 재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최근 몇 년 간 모두 40%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규제 혁신과 관련해서 "창업자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며 "이미 125건이 접수된 상황이고, 이를 한 데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위험과 허들에 사전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대해 "굉장히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 없이 혁신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2019년 7월 7개 지역이 1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여섯 차례 새롭게 특구가 지정됐다.
그러면서 그는 새 정부에서 규제자유특구를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혁신특구지구를 구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부는 또 청년창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대학교 중심의 창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또 청년 창업을 시작하는 팀들에겐 기본적으로 시드머니 1억원과 사업화자금 5000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중기부가 컨설팅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스타트업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주식과 달리 1주로 여러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밖에 중기부 소관 팁스(TIPS)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엔 김근환 포스코홀딩스 벤처밸리기획담당 상무,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이나리 컬리 부사장이 패널로 참여하고,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장이 진행을 맡았다.
포스코는 포항시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 2019년부터 벤처밸리를 구축하고 벤처펀드 조성에 힘쓰고 있다. 김 상무는 "벤처 생태계의 근원적인 힘은 연구를 상용화하는 데 있다"며 "포항공대(포스텍)를 중심으로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모두 가능한 벤처밸리 캠퍼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또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인큐베이팅센터, 바이오 스타트업이 사무공간과 실험실(랩)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 개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기업가 정신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창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배 창업가의 멘토링 제도 등을 활용해 예비 창업가들이 산업계와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중기부에 주문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는 벤처캐피털(VC)이다. 당근마켓, 컬리 등을 초기 단계에 발굴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어 "대전환의 시대에선 에너지 산업이 하나의 핵심 축"이라며 "에너지 스타트업이 해야할 일도 많은 만큼 이 분야 스타트업들을 중기부가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나리 컬리 부사장은 포지티브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여성 커리어 플랫폼인 헤이조이스의 창업자다. 헤이조이스는 올 초 컬리에 인수됐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훨훨 날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스타트업들의 인재 채용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결국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문제 해결을 잘 하는 사람'인데, 이런 인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사람"이라며 "단순히 자격증이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한 게 아닌,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학교 등에 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규제 혁신, 중기부가 앞장선다"
이 장관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기존 산업계와 부딪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타다, 닥터나우와 같은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택시업계나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이 장관은 "기득권 앞에서 혁신을 이뤄낼지, 기존의 것을 유지할지에 대한 갈등이 첨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 리더십이 이런 부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국내 창업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0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환경은 세계 33위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최저라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예비 창업자들은 여전히 실패와 재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최근 몇 년 간 모두 40%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규제 혁신과 관련해서 "창업자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며 "이미 125건이 접수된 상황이고, 이를 한 데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위험과 허들에 사전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대해 "굉장히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 없이 혁신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2019년 7월 7개 지역이 1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여섯 차례 새롭게 특구가 지정됐다.
그러면서 그는 새 정부에서 규제자유특구를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혁신특구지구를 구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부는 또 청년창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대학교 중심의 창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또 청년 창업을 시작하는 팀들에겐 기본적으로 시드머니 1억원과 사업화자금 5000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중기부가 컨설팅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스타트업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주식과 달리 1주로 여러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밖에 중기부 소관 팁스(TIPS)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가 정신 교육' '실패해도 괜찮다'
이날 포럼엔 김근환 포스코홀딩스 벤처밸리기획담당 상무,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이나리 컬리 부사장이 패널로 참여하고,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장이 진행을 맡았다.
포스코는 포항시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 2019년부터 벤처밸리를 구축하고 벤처펀드 조성에 힘쓰고 있다. 김 상무는 "벤처 생태계의 근원적인 힘은 연구를 상용화하는 데 있다"며 "포항공대(포스텍)를 중심으로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모두 가능한 벤처밸리 캠퍼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또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인큐베이팅센터, 바이오 스타트업이 사무공간과 실험실(랩)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설 개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기업가 정신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창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배 창업가의 멘토링 제도 등을 활용해 예비 창업가들이 산업계와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중기부에 주문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는 벤처캐피털(VC)이다. 당근마켓, 컬리 등을 초기 단계에 발굴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어 "대전환의 시대에선 에너지 산업이 하나의 핵심 축"이라며 "에너지 스타트업이 해야할 일도 많은 만큼 이 분야 스타트업들을 중기부가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나리 컬리 부사장은 포지티브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여성 커리어 플랫폼인 헤이조이스의 창업자다. 헤이조이스는 올 초 컬리에 인수됐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훨훨 날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스타트업들의 인재 채용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결국 스타트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문제 해결을 잘 하는 사람'인데, 이런 인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사람"이라며 "단순히 자격증이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한 게 아닌,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학교 등에 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