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지 "브릭스 국제결제망 구축해야"…러시아에 동조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23일 화상으로 개최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융제재에 맞서 브릭스 회원국 간 독자결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달러 무기화'에 맞서 국가 간 통화결제 확대에 대한 브릭스 회원국 특히 러시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분석가들은 최근 미국이 제재나 조건부 대출을 통해 달러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횟수가 늘면서 각국이 상업적 거래와 외환보유액 구성에서 다른 통화를 찾도록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도 역시 미국의 대러제재 동참 압력을 뿌리치기 위해 러시아와의 석유 무역에서 위안화를 기준통화로 하는 인·러 결제 메커니즘을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수석도 글로벌타임스에 "브릭스 회원국과 다른 이해 당사국들은 독자적인 국제 금융 시스템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중국 화폐에 기초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화폐를 사용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주재하는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린 논의를 하기를 바란다"며 "가장 큰 문제는 돈과 정보의 이동이고, 우리는 국가 화폐의 광범위한 사용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금융 시스템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브릭스 회원국 전체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 구축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에 대응해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통해 SWIFT를 대체할 독자적 결제 시스템인 만들고 있다.

또 러시아 금융권이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22일 열린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세계 경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미국의 금융제재를 비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