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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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이유재 서울대 교수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이유재 서울대 교수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업의 생존부등식을 살펴 보자. 생존 부등식의 원리는 단순하다.
고객이 상품에서 얻는 가치는 가격보다 커야 하고, 원가는 가격보다 작아야 한다. 원가와 가격 간 차이는 기업의 잉여이고, 가격과 가치 간 차이는 고객의 잉여다.
우선 가격 중심으로 경쟁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때 기업과 고객은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게 된다. 가격을 높이면 기업은 이익을 보지만 고객은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가격을 낮추면 고객은 이익을 보지만 기업은 손해를 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기업의 수익은 감소한다. 가격경쟁을 통한 치킨 게임으로 치닫게 되고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성숙기 산업에서 흔히 보는 현상이다.
이제 경쟁의 축을 가격에서 가치로 바꿔보자. 그러면 기업과 고객은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을 하게 된다. 고객도 이익을 보고 기업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win-win) 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가 높아질수록 고객과 기업이 나눌 파이가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는 비용 대비 품질로 평가된다. 따라서 고객을 위한 가치(value for the customer)를 높이려면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비용을 줄이거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첫째, 비용을 줄여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비용에는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을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시간, 노력 등의 이용비용이 포함된다. 이용비용에는 불편한 절차나 불확실성 같은 심리적 비용, 배달 같은 물리적 비용, 소음이나 불쾌한 환경 같은 감각적 비용도 포함된다.
따라서 가격을 낮추거나 또는 이용비용을 줄이면 가치가 높아진다. ‘싼 가격을 원하면 네이버를, 마음이 급하면 쿠팡을 이용하라’는 말이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결과이다. 시간이 중요한 고객에게는 가격보다 배달 시간을 줄여 주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스마트 카트가 물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앱 등록 카드로 자동 결제되어 이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 준다.
“당신 회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비싸지 않습니까?” 고객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비쌉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쌉니다.” 가격을 보면 비싸 보이지만, 이용하면서 들어갈 유지/보수/위험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싸다는 것이다. 가격 제시를 통한 판매에 치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관점을 가격에서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치를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낮출 수 있고 소모적인 가격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격만이 아니라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이 중요하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비록 가격이 높더라도 유지비가 적고 중고차 값이 보장된다면 구매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고차 가격 즉 잔존가치(residual value)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A/S망이나 부품이 잘 지원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품질을 높여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품질에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이 포함된다. 결과 품질은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가이고, 과정 품질은 그 과정이 어떠했는가이다. 상품만이 아니라 관계에서 얻는 각종 혜택이 가치를 높인다. 예를 들어 대출을 신청한 고객이 원하는 대출을 받았느냐 못지않게 그 과정에서 겪은 경험도 중요하다.
얼마전 인기를 끌며 등장한 카카오뱅크를 살펴보자. 기존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려면 은행이 열려 있는 시간에 직접 가서 번호표를 뽑아 대기하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계좌 이체를 하려면 공인인증서, OTP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반해 카카오뱅크는 간편하게 통장을 개설하고 몇 번의 터치로 손쉽게 이체할 수 있게 했다. 유명한 캐릭터들이 그려진 귀여운 카드도 젊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용비용을 줄이고 과정 품질을 개선해 가치를 높인 예다. 최근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 각광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편리함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편리함이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절약형은 해야할 일에 쏟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쿠팡의 로켓배송, 퀵커머스 등이 있다. 노력절약형은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여주는 것이다. 요리의 수고스러움을 줄여준 밀키트나 레토르트 식품, 요리 과정을 아예 생략할 수 있는 배달 어플, 청소를 대신해주는 로봇 청소기 등이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가 커질수록 고객과 기업이 함께 만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객이 가치를 인식하는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가치를 높여라. 고객과 기업 모두 웃을 수 있게.
고객이 상품에서 얻는 가치는 가격보다 커야 하고, 원가는 가격보다 작아야 한다. 원가와 가격 간 차이는 기업의 잉여이고, 가격과 가치 간 차이는 고객의 잉여다.
기업의 생존 부등식: 원가 < 가격 < 가치
우선 가격 중심으로 경쟁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때 기업과 고객은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게 된다. 가격을 높이면 기업은 이익을 보지만 고객은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가격을 낮추면 고객은 이익을 보지만 기업은 손해를 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기업의 수익은 감소한다. 가격경쟁을 통한 치킨 게임으로 치닫게 되고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성숙기 산업에서 흔히 보는 현상이다.
이제 경쟁의 축을 가격에서 가치로 바꿔보자. 그러면 기업과 고객은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을 하게 된다. 고객도 이익을 보고 기업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win-win) 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가 높아질수록 고객과 기업이 나눌 파이가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는 비용 대비 품질로 평가된다. 따라서 고객을 위한 가치(value for the customer)를 높이려면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비용을 줄이거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가치 = 품질 / 비용
첫째, 비용을 줄여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비용에는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을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시간, 노력 등의 이용비용이 포함된다. 이용비용에는 불편한 절차나 불확실성 같은 심리적 비용, 배달 같은 물리적 비용, 소음이나 불쾌한 환경 같은 감각적 비용도 포함된다.
따라서 가격을 낮추거나 또는 이용비용을 줄이면 가치가 높아진다. ‘싼 가격을 원하면 네이버를, 마음이 급하면 쿠팡을 이용하라’는 말이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결과이다. 시간이 중요한 고객에게는 가격보다 배달 시간을 줄여 주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스마트 카트가 물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앱 등록 카드로 자동 결제되어 이용자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 준다.
비용 = 가격 + 이용비용
“당신 회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비싸지 않습니까?” 고객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비쌉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쌉니다.” 가격을 보면 비싸 보이지만, 이용하면서 들어갈 유지/보수/위험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싸다는 것이다. 가격 제시를 통한 판매에 치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관점을 가격에서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가치를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낮출 수 있고 소모적인 가격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격만이 아니라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이 중요하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비록 가격이 높더라도 유지비가 적고 중고차 값이 보장된다면 구매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고차 가격 즉 잔존가치(residual value)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A/S망이나 부품이 잘 지원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품질을 높여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품질에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이 포함된다. 결과 품질은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가이고, 과정 품질은 그 과정이 어떠했는가이다. 상품만이 아니라 관계에서 얻는 각종 혜택이 가치를 높인다. 예를 들어 대출을 신청한 고객이 원하는 대출을 받았느냐 못지않게 그 과정에서 겪은 경험도 중요하다.
품질 = 결과 품질 + 과정 품질
얼마전 인기를 끌며 등장한 카카오뱅크를 살펴보자. 기존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려면 은행이 열려 있는 시간에 직접 가서 번호표를 뽑아 대기하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계좌 이체를 하려면 공인인증서, OTP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반해 카카오뱅크는 간편하게 통장을 개설하고 몇 번의 터치로 손쉽게 이체할 수 있게 했다. 유명한 캐릭터들이 그려진 귀여운 카드도 젊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용비용을 줄이고 과정 품질을 개선해 가치를 높인 예다. 최근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 각광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편리함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편리함이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절약형은 해야할 일에 쏟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쿠팡의 로켓배송, 퀵커머스 등이 있다. 노력절약형은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여주는 것이다. 요리의 수고스러움을 줄여준 밀키트나 레토르트 식품, 요리 과정을 아예 생략할 수 있는 배달 어플, 청소를 대신해주는 로봇 청소기 등이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가 커질수록 고객과 기업이 함께 만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객이 가치를 인식하는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가치를 높여라. 고객과 기업 모두 웃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