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사 번복 후폭풍'에 한 발 물러선 김창룡 청장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하는 등 연일 파장이 커지자 경찰이 내홍에 휩싸였다. 정부가 논란을 경찰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불필요한 논란을 키워 조직 전체가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사진)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불거진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필요하다면 자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최종안이 아닌 인사가 대외에 공개된 후 번복된 사태의 내부 책임자를 찾아내겠다는 얘기다. 애초 경찰은 “행정안전부가 최종안이 아닌 인사안을 줬다”고 해명했으나, 대통령이 “애초에 인사는 번복된 적이 없다”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는 등 강한 어조로 질책하자 한발 물러섰다.

경찰청 내부에선 여러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물론 지난달 치안정감 승진 때도 경찰청이 발표한 뒤 대통령 재가를 사후에 받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갑자기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에 책임을 뒤집어씌운다”고 지적했다. 국기문란이라면 대통령 재가가 나기 약 30분 전에 최종 수정안을 다시 준 행안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청장 용퇴론도 제기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있을 때는 행안부나 청와대가 인사안을 내려보내면 경찰은 당연히 대통령 뜻으로 알아듣고 발표했던 게 오랜 관행”이라며 “인사 절차가 바뀌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논란을 키운 것은 소통에 실패한 현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경찰 직장협의회 등에선 “치안감 첫 승진자를 참모가 아닌 지방경찰청장에 배치하는 등 첫 인사안부터 누군가 개입한 듯한 흔적이 보인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김 청장 등 경찰 지휘부를 면담한 뒤 “경찰청에서 올린 안과 다른 안으로 1차 안이 내려왔고 이후에 또 한 번 수정 과정이 있었다”며 “경찰이 자체 인사안 초안을 그대로 고지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아침 경찰 치안감 인사 파동으로 불거진 경찰청장 거취 문제에 대해 “이제 (경찰청장)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하냐”고 말했다. 직접적인 사퇴 압박은 아니지만 책임은 분명히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돼 김 청장의 거취가 한층 더 불안해지게 됐다.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