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리호가 쏘아올린 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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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 국방 영역서 상업화로
2030년 위성발사 870억弗 시장
축적된 역량 높일 정책지원을"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2030년 위성발사 870억弗 시장
축적된 역량 높일 정책지원을"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발사 후 42분23초. 마침내 누리호로 발사된 위성이 남극 세종기지와 대전 지상국을 통해 교신을 시작했다. 발사체 성능을 확인한 이 시간은 우리나라 우주산업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소형위성 개발의 세계적 흐름을 타고 독자적인 발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진출의 길을 연 것이다. 이제부터는 발사체 검증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고 발사체 KSLV-Ⅱ는 고도화를 거치게 된다. 해당 기술들이 단계적으로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우주산업 생태계가 확대될 것이다.
우주개발은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고 오랜 시간이 걸려 어느 정부건 선뜻 나서기 힘든 사업이다. 역대 정부마다 공약과 실천이 달라 방향성이 흔들리거나 종종 시간을 지체했던 이유다.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직후 정부는 후속 사업으로 달 탐사선 개발사업을 검토했다. 당시 필자는 독자 모델의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우주개발사업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돈으로 환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국책사업의 사업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단계의 합리적 의문 때문이었다. 사업성만 놓고 직접적 효과를 화폐적 가치로 산출한 결과는 일단 실망스러웠다. 경제적 효과를 편익으로 산출하고 이를 개발 비용과 비교해서 따져본 수익성은 투자의 60%를 밑돌았다. 애초에 수지맞는 사업이 아닌데도 왜 선진국들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주과학의 관심 제고, 국가 브랜드 가치의 상승, 국민의 자긍심 등 사회·문화적 가치를 추가로 환산했다. 투자의 두 배가 넘는 수익성을 확인했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데이터를 공개하기 어려운 안보와 국방의 효과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발발과 함께 전세를 바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주공간에 띄워 놓은 1만1000기의 스타링크 위성이 순식간에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통신망 구축에 나섰고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정보력에 밀린 러시아가 고전하는 형세다.
이미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주의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우주 인터넷과 관광, 자원개발처럼 돈벌이가 될 만한 사업에 민간자본이 속속 들어오면서 주도권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갔다. 우주개발의 80%를 민간이 담당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주 경제가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했고, 지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스페이스 포럼에서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우주 정보가 창출하는 경제적 성과물을 산업으로 구분할 국제적 표준을 논하고 있다. 우주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분야 때문이다. 위성TV와 라디오, 모바일, 브로드밴드와 내비게이션은 그동안 위성이 보내는 데이터로 생겨난 시장이다. 달 탐사와 유인우주인 사업을 직접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간 수천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산업, 그 성과의 대부분은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챙긴다. 특히 민군 겸용 기술인 발사체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엄격한 기술이전 통제로 확보가 어려운 분야지만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일곱 번째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지난 10년간 3800여 기의 위성 발사로 2020년 시장은 약 57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2030년까지는 1만7000기가 넘는 위성 발사로 860억달러 수준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과 국방의 영역이었던 우주가 본격적인 상업화에 들어선 것이다. 누리호 2차 시험 발사로 우리나라는 지금 이 시장에 진입했다. 우주기술도 우리 일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번에 성공한 누리호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그건 그동안 축적된 개발 역량을 다음 단계로 매듭 없이 연결할 정부의 정책 의지로 결정될 것이다.
우주개발은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고 오랜 시간이 걸려 어느 정부건 선뜻 나서기 힘든 사업이다. 역대 정부마다 공약과 실천이 달라 방향성이 흔들리거나 종종 시간을 지체했던 이유다.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직후 정부는 후속 사업으로 달 탐사선 개발사업을 검토했다. 당시 필자는 독자 모델의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우주개발사업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돈으로 환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국책사업의 사업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단계의 합리적 의문 때문이었다. 사업성만 놓고 직접적 효과를 화폐적 가치로 산출한 결과는 일단 실망스러웠다. 경제적 효과를 편익으로 산출하고 이를 개발 비용과 비교해서 따져본 수익성은 투자의 60%를 밑돌았다. 애초에 수지맞는 사업이 아닌데도 왜 선진국들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주과학의 관심 제고, 국가 브랜드 가치의 상승, 국민의 자긍심 등 사회·문화적 가치를 추가로 환산했다. 투자의 두 배가 넘는 수익성을 확인했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데이터를 공개하기 어려운 안보와 국방의 효과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발발과 함께 전세를 바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주공간에 띄워 놓은 1만1000기의 스타링크 위성이 순식간에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통신망 구축에 나섰고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정보력에 밀린 러시아가 고전하는 형세다.
이미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주의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우주 인터넷과 관광, 자원개발처럼 돈벌이가 될 만한 사업에 민간자본이 속속 들어오면서 주도권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갔다. 우주개발의 80%를 민간이 담당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주 경제가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했고, 지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스페이스 포럼에서는 인공위성과 발사체, 우주 정보가 창출하는 경제적 성과물을 산업으로 구분할 국제적 표준을 논하고 있다. 우주기술이 창출하는 새로운 분야 때문이다. 위성TV와 라디오, 모바일, 브로드밴드와 내비게이션은 그동안 위성이 보내는 데이터로 생겨난 시장이다. 달 탐사와 유인우주인 사업을 직접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간 수천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산업, 그 성과의 대부분은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챙긴다. 특히 민군 겸용 기술인 발사체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엄격한 기술이전 통제로 확보가 어려운 분야지만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일곱 번째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지난 10년간 3800여 기의 위성 발사로 2020년 시장은 약 57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2030년까지는 1만7000기가 넘는 위성 발사로 860억달러 수준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과 국방의 영역이었던 우주가 본격적인 상업화에 들어선 것이다. 누리호 2차 시험 발사로 우리나라는 지금 이 시장에 진입했다. 우주기술도 우리 일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번에 성공한 누리호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그건 그동안 축적된 개발 역량을 다음 단계로 매듭 없이 연결할 정부의 정책 의지로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