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전 한은 총재·권오규 전 부총리 등 제자·후배들 발길 이어져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빈소에는 24일에도 각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과 서울대, 경제부처 등에서 인연을 쌓아왔던 학계·경제계 인사들이 이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순 박사님은 강릉이 낳은 최고의 석학이자 평생 강릉 시민과 후배들을 아우르고 지도해주신 최고 어른"이라며 "강릉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 가시는 길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해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께서 먼저 가신 선친의 은사님이셔서 어릴 때부터 명성에 대해 익히 들어오다가 국회의원이 되고 10여 년 전부터 1년에 한두 차례 찾아뵙곤 했다"며 "항상 성품이 인자하고 차분하신 분이셨다.
이승에서의 멋진 일생을 마치셨으니 이젠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했다.
고인의 '애제자'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빈소를 찾아 유족 곁을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정 전 총리는 "조순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오늘날의 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의무를 하는 마음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도 앞으로도 이런 분이 나오시지 못할 거란 생각과 조금 더 사셨다면 우리 사회에 훌륭한 메시지를 많이 던지실 수 있으셨을 거란 생각에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정의 등을 골자로 하는 '조순학파' 경제학자로 통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유 전 의원은 "입대 전 조순 선생님의 '경제학원론' 과목을 듣고, 4학년 때 특강을 들은 기억이 있다"며 "2017년 대통령 선거 때나 그 이후에 종종 뵙다가 최근 2∼3년 정도 못 찾아봬 '한번 찾아뵈어야지' 하던 참에 부고를 들어 너무 황망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고인의 교수 시절이나 부총리 때, 한국은행 총재로 재직할 때, 정치에 참여한 뒤에도 가깝게 지냈다"며 "우리나라 경제에 큰 공로를 가진 분"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빈소를 찾아주신 분들 모두 조 선생님을 중심으로 교제하며 그의 학문이나 인품, 개방성, 다양성, 유연성을 흠모해왔다"며 "다시 이런 분을 뵙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다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전 교수와 관료, 정치인 등 다양한 직책을 맡은 고인과 연을 맺은 각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은 "제가 총장으로 재직할 때도 참 존경하는 선생님이셨다"며 "경제학은 물론 우리나라 발전에 공헌하신 분으로, 늘 올바른 자세를, 행동을 보여주셨다"고 회고했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서울대 1학년 때 교수님께 경제학원론을 배웠다"며 "선생님이 경제부총리일 당시 나는 자금계획과장으로 있었는데 그때 금융실명제를 하면서 함께 일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이날 빈소를 찾아 "유학 갈 때 직접 추천해주셨던 교수님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후학을 많이 양성하시고, 업적도 크신데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로도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완순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등도 조문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전임 총재로 저희가 모셨고, 2017년에 코로나 이전에 마지막으로 뵀었다"며 "경제학계의 큰 기둥이셨는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조남욱 삼부토건 전 회장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고인이 서울시장으로 출마했을 당시 선거 캠프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도운 배기선 전 국회의원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배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내셔서 서초동에 있는 선생님 연구실로 찾아뵀던 것이 처음인데, 최근까지 개인적으로도 인연을 이어왔다"며 "산신령으로 불리는 분이었지만, 민족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 굉장히 뜨거워 항상 청춘인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고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홍보담당관, 의전비서관 등을 지낸 고(故) 정미홍 전 아나운서의 남편 팀 트린카 변호사도 이날 조문했다.
이날 오전 11시께는 아들, 며느리, 손자 등 유족들이 참관한 가운데 입관식이 치러졌다.
한국 경제학계의 거목인 고인은 전날 새벽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7시 20분이다.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