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소방 박동천·백광일 대원, 훈련사 자격 갖추고 사비 들여 구조견 입양
"재난 상황·실종자 수색에 큰 역할 하는 인명구조견, 전북에도 배치되길"
"들어가! 짖어!" 인명구조견 입양해 훈련하는 소방대원들
유난히 개를 좋아하는 두 명의 구조대원이 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은 인명구조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구조견에 적합한 품종을 입양해 직접 훈련까지 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부안소방서 박동천(53) 소방위와 119안전체험관 백광일(51) 소방위의 이야기다.

사람과 비교해 최소 1만배 이상의 후각 능력과 50배 이상의 청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명구조견은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 위치 탐색이나 시신 발견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전북소방본부에 소속된 인명구조견은 아직 없다.

도내에서 인명구조견이 필요할 경우 대구나 전남에서 데려온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명구조견에 대한 갈증을 느낀 박 대원과 백 대원은 2017년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실시하는 전문훈련사 교육에 참여했다.

백 대원은 25일 "실종자 수색을 하면서 인명구조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전북소방본부에서 구조견을 받아들일 여건이 안 됐다"라며 "전문 교육을 이수해 직접 훈련사 자격을 갖추고 특수견을 길러보자는 생각이 들어 박 선배와 함께 교육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2급 훈련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박 대원은 2018년께 셰퍼드 '제시'를, 백 대원은 2021년께 말리노이즈 '머드'를 입양했다.

이후 각자의 자택에서 구조견을 훈련하고 있다.

백 대원은 제시를 입양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까지 했다.

구조견을 훈련하기 위해선 넓은 마당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백 대원은 "전주시 덕진구에 주택을 짓고 대형 케이지를 실을 수 있는 렉스턴으로 차량까지 바꿨다"라며 "소방청에 등록된 공식 구조견은 아니지만, 머드가 수색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들어가! 짖어!" 인명구조견 입양해 훈련하는 소방대원들
동물을 사랑하는 두 대원이지만 인명구조견 훈련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몸무게가 35㎏에 달할 만큼 구조견의 몸집이 큰 데다가 앉거나 일어서기 등 복종 훈련부터 채취를 따라가는 인지훈련, 물품 회수 훈련 등 익혀야 할 임무도 많기 때문이다.

박 대원은 "구조견 양성에 24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5살 정도까지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라며 "말이 없는 견과의 소통은 당연히 어려울 때가 많다.

무한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교감 없이는 절대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두 대원의 애정을 아는지 다행히 제시와 머드는 큰 탈 없이 훈련에 임해주고 있다.

특히 3살인 제시는 지난해 가을 익산시 여산면 일대 실종자 수색에 경찰견들과 함께 투입되기도 했다.

박 대원은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야산을 수색했는데, 제시를 비롯한 수색견들이 실종자를 찾진 못했다"라며 "하지만 구조견 투입이 수색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비번날일지라도 구조견이 필요한 현장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두 대원이 바라는 것도 비슷하다.

제시·머드와 한 몸이 되는 것과 전북에도 인명구조견 특수구조단이 조직되는 일이다.

백 대원은 "3살인 제시와 달리 1살인 머드는 아직 가르쳐야 할 게 많지만, 함께 훈련하고 교감하다 보면 되레 치유를 받을 때도 많다"라며 "현장에서 인명구조견이 활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북에도 인명구조견이 배치돼 더 빠르게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