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같은 일을 하는데 연봉은 3배가 적다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A사원의 불만
조립 제조업체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하는 2년차 A사원의 불만은 갈수록 심하다. 시급에 따라 월급을 받는 A사원은 점심과 휴식시간에 부품 조달, 일을 마친 다음의 정리 및 생산 보고서 작성 등으로 8시간 내내 바쁘다. 교대조와 업무 인수인계가 끝나면 팀장에게 일일 생산량, 불량, 특이사항 등을 보고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한다.
라인은 20여명이 근무를 하는데, 20년차 이상의 선배들이 10명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10분 전에 출근하고, 근무 시간이 끝나면 바로 퇴근한다. 이들은 하는 일은 동일해도 회사가 오랜 근속에 따른 경험과 혹시 있을 수 있는 기계 고장 등 상황 조치 등의 이유로 자신들을 예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각 팀별 제안 대회를 실시하였다. 3개월의 기간 동안 회사 재무 성과에 기여한 제안, 가장 많은 제안을 한 팀이 수상 항목이었다. A사원은 3개월 동안 라인 업무를 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 회사 생활 중 병폐라고 생각하여 기록해 놓은 10여개의 아이디어를 제안으로 제출했다. 1인 제안 건수로는 최대 수준이었지만, 팀 선배들의 매우 낮은 수준의 참여로 상을 받지 못하였다.
기계가 갑자기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A사원은 다음 조와 함께 기계를 작동하기 위해 분해를 하며 원인을 찾았다. 4시간 넘게 작업을 한 후에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선배들은 퇴근시간이 되자 퇴근하였다.
호봉제로 운영되는 이 회사의 급여는 A사원과 20년차 선배들과는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성과급으로 받는 300%의 상여급도 시급을 기준으로 한 월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A사원이 일에 대한 열정과 기여가 높아도 평가를 하지 않아 성과 차이가 없기에, 같은 300%를 받아도 급여 총액 차이는 2배 이상이 된다.
A사원은 회사에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는 생산 현장의 오랜 전통, 제도와 구조적 한계를 들며 난색을 표명하였다.
같은 일을 하며 2배 이상의 보상의 차이가 있는 보상 체계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중 55.5%가 호봉급을 운영 중이다. 1000인 이상의 경우 70.3% 비중을 차지해 연공성이 과도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연봉체계는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초과급여를 제외한 월 임금 총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무려 2.87배다. 이는 연공성이 높다고 알려진 일본(2.27배)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들의 평균은 1.65배다. (매일경제 6.23일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우, 생산직의 대부분은 연공 중심의 호봉제도이다. 대부분 평가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역량과 성과가 높아도 연차의 차이 만큼 총 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입사하여 열정적으로 일한 사원들이 현실의 벽을 느끼는 순간, 열정은 사라지게 된다.
조장이나 반장, 현장 감독관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조장이나 감독관이 되면 직책 수당이 나온다. 하지만, 일과 사람 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연차가 낮으면 연차가 높은 선배의 일까지 지원해야 한다.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라고 하지만, 현장의 일은 2~3년 배우면 크게 배울 것이 없다.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특수 상황에는 경력이나 스킬 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끈기가 해결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팀장들도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참 보다는 3년차 전후의 사원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생산직에 대한 호봉 중심의 보상 제도는 사회 환경의 변화, MZ세대의 의식 변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 원칙 등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여러 저항 세력과 이슈들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년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는 곤란하다.
생산 현장에도 역량과 성과에 따른 보상과 승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은 지속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는 기업의 여러 특징이 있다. 전략과 제도 그리고 실행이 한 방향 정렬이 되어야 한다. 인종, 나이, 성별, 연차를 떠나 역량과 성과 중심의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을 보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 직무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 져야 한다. 인사 부서와 부서장이 중심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현업 부서에서 모두가 하나된 현장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처우를 해야 한다.
높은 역량에 의해 발현된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듯이 성과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자신 보다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수행하여, 회사의 재무적 성과에 기여했다면, 이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이가 나는 역량과 성과에 대해서는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전 세계에 단 하나의 회사만 있다면 호봉제 운영에 대해 불만의 정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유지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사람의 시장 가치를 올려 생산성을 높여야 기업이 성장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작업 방식과 제도,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 혁신을 위해 품질, 안전, 자동화, 생산성, 원가절감, 레이아웃 변경, 5S활동 모두 중요하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전체의 수준 향상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인재는 인정하고 역량을 발휘하게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조립 제조업체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하는 2년차 A사원의 불만은 갈수록 심하다. 시급에 따라 월급을 받는 A사원은 점심과 휴식시간에 부품 조달, 일을 마친 다음의 정리 및 생산 보고서 작성 등으로 8시간 내내 바쁘다. 교대조와 업무 인수인계가 끝나면 팀장에게 일일 생산량, 불량, 특이사항 등을 보고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한다.
라인은 20여명이 근무를 하는데, 20년차 이상의 선배들이 10명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10분 전에 출근하고, 근무 시간이 끝나면 바로 퇴근한다. 이들은 하는 일은 동일해도 회사가 오랜 근속에 따른 경험과 혹시 있을 수 있는 기계 고장 등 상황 조치 등의 이유로 자신들을 예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각 팀별 제안 대회를 실시하였다. 3개월의 기간 동안 회사 재무 성과에 기여한 제안, 가장 많은 제안을 한 팀이 수상 항목이었다. A사원은 3개월 동안 라인 업무를 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 회사 생활 중 병폐라고 생각하여 기록해 놓은 10여개의 아이디어를 제안으로 제출했다. 1인 제안 건수로는 최대 수준이었지만, 팀 선배들의 매우 낮은 수준의 참여로 상을 받지 못하였다.
기계가 갑자기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A사원은 다음 조와 함께 기계를 작동하기 위해 분해를 하며 원인을 찾았다. 4시간 넘게 작업을 한 후에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선배들은 퇴근시간이 되자 퇴근하였다.
호봉제로 운영되는 이 회사의 급여는 A사원과 20년차 선배들과는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성과급으로 받는 300%의 상여급도 시급을 기준으로 한 월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A사원이 일에 대한 열정과 기여가 높아도 평가를 하지 않아 성과 차이가 없기에, 같은 300%를 받아도 급여 총액 차이는 2배 이상이 된다.
A사원은 회사에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회사는 생산 현장의 오랜 전통, 제도와 구조적 한계를 들며 난색을 표명하였다.
같은 일을 하며 2배 이상의 보상의 차이가 있는 보상 체계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중 55.5%가 호봉급을 운영 중이다. 1000인 이상의 경우 70.3% 비중을 차지해 연공성이 과도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연봉체계는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초과급여를 제외한 월 임금 총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무려 2.87배다. 이는 연공성이 높다고 알려진 일본(2.27배)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들의 평균은 1.65배다. (매일경제 6.23일자)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우, 생산직의 대부분은 연공 중심의 호봉제도이다. 대부분 평가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역량과 성과가 높아도 연차의 차이 만큼 총 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입사하여 열정적으로 일한 사원들이 현실의 벽을 느끼는 순간, 열정은 사라지게 된다.
조장이나 반장, 현장 감독관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조장이나 감독관이 되면 직책 수당이 나온다. 하지만, 일과 사람 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연차가 낮으면 연차가 높은 선배의 일까지 지원해야 한다.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라고 하지만, 현장의 일은 2~3년 배우면 크게 배울 것이 없다.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특수 상황에는 경력이나 스킬 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끈기가 해결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팀장들도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참 보다는 3년차 전후의 사원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생산직에 대한 호봉 중심의 보상 제도는 사회 환경의 변화, MZ세대의 의식 변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 원칙 등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여러 저항 세력과 이슈들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년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는 곤란하다.
생산 현장에도 역량과 성과에 따른 보상과 승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은 지속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는 기업의 여러 특징이 있다. 전략과 제도 그리고 실행이 한 방향 정렬이 되어야 한다. 인종, 나이, 성별, 연차를 떠나 역량과 성과 중심의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을 보며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 직무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 져야 한다. 인사 부서와 부서장이 중심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현업 부서에서 모두가 하나된 현장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처우를 해야 한다.
높은 역량에 의해 발현된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듯이 성과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자신 보다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수행하여, 회사의 재무적 성과에 기여했다면, 이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이가 나는 역량과 성과에 대해서는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전 세계에 단 하나의 회사만 있다면 호봉제 운영에 대해 불만의 정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유지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사람의 시장 가치를 올려 생산성을 높여야 기업이 성장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금까지 유지해온 작업 방식과 제도,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 혁신을 위해 품질, 안전, 자동화, 생산성, 원가절감, 레이아웃 변경, 5S활동 모두 중요하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전체의 수준 향상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인재는 인정하고 역량을 발휘하게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