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우리 꽈배기 먹어줬으면…" 벼랑 끝 상인의 한탄 [하수정의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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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우리 가게 꽈배기를 먹지 않는 한 살아날 방법이 없어요."
서울 강북구에서 꽈배기 도넛 매장을 운영하는 박 씨가 한숨 쉬며 한 말이다. 박 씨는 지난달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도넛을 튀긴다. 하루종일 기름 냄새를 맡으며 도넛을 팔아도 대출금과 가게 임차료 내기가 빠듯해 가게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식용유, 밀가루, 설탕 심지어 도넛을 포장해주는 박스 값도 급등해 이달 초 꽈배기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는데 매출이 영 시원치 않다고 했다. "가격이 오르니까 손님들이 3개 먹을 꽈배기를 2개 밖에 안 사네요. 저만 어려운 게 아닌가봐요. 다들 빵 하나 사먹는 것도 힘든, 그런 시절인가봐요."
자영업자들의 호소는 엄살이 아니었다. 실제 밀가루, 식용유, 커피 등 가격이 폭등한 원재료를 많이 쓰는 빵집이나 분식점, 카페 등의 휴게음식점이 올 들어 줄줄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전국 휴게음식점의 올해 1~5월 폐업 건수는 8100여건에 달했다. 이중 빵집 폐업은 같은 기간 945건으로 코로나 동안인 2020년 1~5월(858건)과 2021년 1~5월(863건) 보다도 더 많았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가 아예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스타가 방송에 나와 먹은 음식,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명품 아이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 이런 곳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린다. 10년간 광진구에서 보세옷 장사를 했다는 이 씨는 "백화점과 일부 대규모 상권은 사람들이 몰려 표면적으로는 경기가 좋아 보일지 몰라도 재래시장이나 동네 골목 상권을 보면 여전히 썰렁하다"고 했다. "물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 지기 시작하면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기 마련"이라는 거다.
더 문제는 하반기다. 식품·외식·화장품 등 먹고 마시고 바르는 소비 관련 업체들과 만나봤더니 모두 8월 이후 하반기를 걱정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보복소비 효과는 이번 휴가철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그나마 보복소비 효과로 지갑이 열리고 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쌓이면서 3분기 이후에는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4월 서초동 자택 인근 경찰견과 찍은 사진에서 김 여사가 착용한 슬리퍼의 매출은 5배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일 방문한 성북구 나폴레옹과자점 본점은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방문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 날인 12일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관에서 먹었던 캐러멜맛 반, 갈릭맛 반 팝콘은 '반반팝콘'의 대명사가 되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북한이 방사포를 쏜 날 대통령이 영화 관람을 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대통령 부부의 주말 빵집 방문에 교통 통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의 논란은 차치하고, 지금은 그 어떤 연예인 보다도 김 여사의 행보가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중해야하는 이유다.
경제학자들은 고통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가대책을 취재하기 위해 통화했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경제학자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선 유동성을 조일 수 밖에 없고, 거기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공통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출금리는 더 오르고 자산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경기가 위축되면 취약계층 먼저 무너진다. 대출을 빌려 겨우 가게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 일용직으로 연명하는 저소득층에서 곡소리가 먼저 나올 수 있다.
김 여사 개인의 취향이 아무리 반클리프 앤 아펠 팔찌와 크리스챤 디올 재킷일지라도, 지금은 자제해야할 때라고 한다면 과도한 간섭일까. 이왕 '조용한 내조'를 접기로 했다면 정치적 광폭 행보 말고 사람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먼저 살펴봐달라 하면 무리한 요청일까.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서울 강북구에서 꽈배기 도넛 매장을 운영하는 박 씨가 한숨 쉬며 한 말이다. 박 씨는 지난달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도넛을 튀긴다. 하루종일 기름 냄새를 맡으며 도넛을 팔아도 대출금과 가게 임차료 내기가 빠듯해 가게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식용유, 밀가루, 설탕 심지어 도넛을 포장해주는 박스 값도 급등해 이달 초 꽈배기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는데 매출이 영 시원치 않다고 했다. "가격이 오르니까 손님들이 3개 먹을 꽈배기를 2개 밖에 안 사네요. 저만 어려운 게 아닌가봐요. 다들 빵 하나 사먹는 것도 힘든, 그런 시절인가봐요."
휴가철 이후 '소비절벽' 오나
도넛 가게 주인과의 대화는 길지 않았지만, 그의 호소는 현재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함의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기간동안 벼랑 끝에 몰렸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나아질 줄 알았던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물가 급등의 여파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자영업자들의 호소는 엄살이 아니었다. 실제 밀가루, 식용유, 커피 등 가격이 폭등한 원재료를 많이 쓰는 빵집이나 분식점, 카페 등의 휴게음식점이 올 들어 줄줄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전국 휴게음식점의 올해 1~5월 폐업 건수는 8100여건에 달했다. 이중 빵집 폐업은 같은 기간 945건으로 코로나 동안인 2020년 1~5월(858건)과 2021년 1~5월(863건) 보다도 더 많았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가 아예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스타가 방송에 나와 먹은 음식,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명품 아이템,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 이런 곳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린다. 10년간 광진구에서 보세옷 장사를 했다는 이 씨는 "백화점과 일부 대규모 상권은 사람들이 몰려 표면적으로는 경기가 좋아 보일지 몰라도 재래시장이나 동네 골목 상권을 보면 여전히 썰렁하다"고 했다. "물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 지기 시작하면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기 마련"이라는 거다.
더 문제는 하반기다. 식품·외식·화장품 등 먹고 마시고 바르는 소비 관련 업체들과 만나봤더니 모두 8월 이후 하반기를 걱정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보복소비 효과는 이번 휴가철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그나마 보복소비 효과로 지갑이 열리고 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이 쌓이면서 3분기 이후에는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건희 효과'라도 기대고 싶은 벼랑 끝 자영업자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가 꽈배기를 먹어줬으면 한다'는 도넛 가게 주인 박 씨의 말은 자조(自嘲)적일지라도 간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박 씨만 하는 것은 아니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신촌 옷 가게 주인 이 씨도, 원효로 시장 과일가게 주인 장 씨도 "유명인이라도 들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지난 4월 서초동 자택 인근 경찰견과 찍은 사진에서 김 여사가 착용한 슬리퍼의 매출은 5배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일 방문한 성북구 나폴레옹과자점 본점은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방문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 날인 12일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관에서 먹었던 캐러멜맛 반, 갈릭맛 반 팝콘은 '반반팝콘'의 대명사가 되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북한이 방사포를 쏜 날 대통령이 영화 관람을 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대통령 부부의 주말 빵집 방문에 교통 통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의 논란은 차치하고, 지금은 그 어떤 연예인 보다도 김 여사의 행보가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중해야하는 이유다.
경제학자들은 고통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가대책을 취재하기 위해 통화했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경제학자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선 유동성을 조일 수 밖에 없고, 거기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공통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출금리는 더 오르고 자산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경기가 위축되면 취약계층 먼저 무너진다. 대출을 빌려 겨우 가게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 일용직으로 연명하는 저소득층에서 곡소리가 먼저 나올 수 있다.
김 여사 개인의 취향이 아무리 반클리프 앤 아펠 팔찌와 크리스챤 디올 재킷일지라도, 지금은 자제해야할 때라고 한다면 과도한 간섭일까. 이왕 '조용한 내조'를 접기로 했다면 정치적 광폭 행보 말고 사람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먼저 살펴봐달라 하면 무리한 요청일까.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