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1호 ‘FcRn’ 저해제의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아젠엑스(아겐스 SE ADR)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비브가르트(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가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전신중증근무력증(gMG) 치료제로 승인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CHMP의 의견을 참고해, 권고 이후 약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승인될 경우 비브가르트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등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판매가 가능해진다.

비브가르트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문턱을 넘으며 ‘세계 최초 FcRn 저해제’라는 이름(타이틀)을 얻었다. 비브가르트의 성공적인 세계 데뷔가 다른 FcRn 저해제 개발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3상서 1차지표 충족

gMG는 ‘면역글로불린G(IgG)’이 신경과 근육 간 신호전달을 방해해 근육 약화를 유발하는 희귀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중증근무력증(MG) 환자의 약 85%가 24개월 이내에 gMG로 진행된다는 게 아젠엑스의 설명이다. 비브가르트는 IgG의 수용체인 FcRn을 차단하는 기전의 신약이다.

아젠엑스는 이번 신약 신청과 함께 글로벌 3상 시험 결과를 제출했다.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시험 기간은 총 26주였다. 북미 유럽 일본에서 총 167명의 전신 중증근무력증 성인 환자가 참여했다. 환자는 비브가르트 투약군 또는 위약군에 일대 일로 무작위 배정됐다.

1차 평가지표는 비브가르트와 위약 치료군 간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일상생활수행능력 척도(MG-ADL)’에 대한 반응 환자의 비율이었다. 반응 환자는 MG-ADL 척도가 최소 2점 감소한 환자로 설정됐다. 치료 후의 반응 환자 비율은 투약군과 위약군이 각각 68%대 30%로 나타나 투약군에서 더 높은 개선도를 보였다. p값은 0.0001 미만이었다. 통상 p값이 0.05 미만일 경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정량적 중증근무력증 척도(QMG)’에 대한 반응 환자 비율은 투약군과 위약군이 63%대 14%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p값은 0.0001이었다. QMG 반응 환자는 같은 기간 QMG 척도에서 최소 3점 감소를 보인 환자로 정의됐다.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상기도 감염이었다. 발생 환자 비율은 투약군 10.7%와 위약군 4.8%였다. 요로 감염 발생률은 9.5%대 4.8%로 모두 임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한올바이오파마, 제형 개선으로 승부수

국내 기업 중에선 한올바이오파마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HL161’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HL161의 글로벌 권리(중국 제외)를 이전받은 미국 이뮤노반트는 이달 초 갑상선안질환(TED)과 중증근무력증으로 올해 미국 임상 3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중증근무력증 3상은 이르면 이달 돌입해 2024년 주요결과(톱라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L161은 앞서 진행한 전신중증근무력증 환자 대상 미국 임상 2상과 중국 임상 2상에서 위약 대비 MG-ADL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아젠엑스와 같은 적응증인 중증근무력증에 대해 투약 편의성을 높여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돼 정맥주사(IV) 투여 방식의 비브가르트 대비 편리할 것이란 기대다.

갑상선안병증(TED)으로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을 노린다. 갑상선안병증은 안구 근육 섬유화 및 지방 축적으로 안구가 돌출되는 병이다. 올 하반기에 임상을 시작해 2025년 상반기께 톱라인을 확보할 것으로 이뮤노반트는 보고 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