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암호는 현존하는 그 어떤 기술보다 보안성이 높습니다. 기업 내 통신 보안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메타버스 등 각종 산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박종관 SK텔레콤 인프라기술담당(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SK텔레콤의 각종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 담당은 “SK텔레콤은 12년 전부터 자체 양자암호 연구를 벌여왔다”며 “글로벌 수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안 신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암호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광자(빛 알갱이)에 정보를 담아 데이터를 보호하는 신기술이다. 이중 양자키분배(QKD) 방식은 데이터를 주고받는 두 주체가 양자 기반 암호키 한 쌍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해커 등 제3자가 접근할 경우 데이터 내용이 어그러져 정보의 도·감청을 막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문을 연 자사 거점오피스 신도림점에 이를 도입했다. 개별 사업장의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양자암호통신을 쓸 수 있게 한 국내 최초 사례다. 라우터와 스위치 등 인터넷 프로토콜(IP) 장비에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기존엔 데이터 전송 단계부터 QKD 장비를 설치해야 해 전용망이 있어야만 양자암호를 쓸 수 있었다. 박 담당은 “IP 장비를 통하면 기존 방식보다 훨씬 유연하게 양자암호 보안 서비스를 쓸 수 있다”며 “기업 내에서도 특정 IP 대역이나 서비스 VPN에 대해서만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할 수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암호망 구축에 드는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양자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2019년엔 스위스의 양자암호 기업 IDQ를 인수했다. 작년 말엔 SK텔레콤이 분사하면서 IDQ가 신설기업 SK스퀘어 산하로 들어갔다. 그는 “IDQ 인수 전에도 이미 업력이 10년가량이었던 만큼 SK텔레콤 자체 기술도 여럿”이라고 강조했다. IDQ에 기술을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SK텔레콤은 IDQ와 기술 협력을 한 새 보안 상품을 올 4분기 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QKD를 비롯해 양자 기술 기반 상품을 두 개 상용화했다. 지난 4월엔 삼성전자와 손잡고 QRNG(양자난수생성기술)를 활용한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 세 번째 모델을 출시했다. 연내엔 새 양자암호 상품 상용화에 나선다. 양자를 활용해 물체를 감지하거나 물질을 분석하는 ‘양자 센싱’ 기술이다. 메탄가스 등 무색·무취해 일반 센서로는 알기 힘든 것들도 즉각 감지한다. 박 담당은 “올해 안에 양자 기술 관련 상품군 세 종류를 갖추게 된다”며 “양자기술 상용화를 이같이 폭넓게 한 기업은 국내에서 SK텔레콤뿐”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