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전자제품 안 산다"…삼성·LG, 쌓이는 재고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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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G전자 수익성 악화 전망 나와
재고 관리가 경영 리스크로 떠올라
부품 업체 재고도 쌓이면서 여파 확산
재고 관리가 경영 리스크로 떠올라
부품 업체 재고도 쌓이면서 여파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사지 않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반기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간이 짧을수록 비용 부담이 적고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제조사는 평균 70~80일, 유통사는 50~60일의 재고회전일수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미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판매점 체인 베스트바이의 올 1분기 재고회전일수 역시 74일로 예년 평균(60일)보다 14일 늘었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최대 매출처 중 한 곳이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또한 올 1분기 재고가 57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평상시 재고 일수는 2~3주 수준이다. 근래 재고량이 가장 적었던 2020년 6월 말(22일) 대비 2배 이상이다. 미국 2위 유통기업 타깃의 경우 1분기 재고 자산이 지난해 대비 43% 증가했다. 주요 가전 제조사와 유통사들 재고가 쌓이면서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재고 관리가 경영 리스크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무려 53.9%나 급증했다. 이중 조립이 완료된 제품이나 상품은 14조6929억원에 달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7조9959억원에서 10조2143억원으로 27.7% 뛰었다.
재고 압박 속에서 가전·IT 업체가 일부 부품 조달을 연기하면서 부품 업체 재고 물량도 쌓이는 등 업계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했다. DSCC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패널 평균 재고 일수가 56일로, 약 2주분(13일)의 잉여 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별로는 BOE 72일,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CSOT) 70일 등 중국 업체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LG디스플레이도 67일로 높은 수준이다.
PC, 노트북 등의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반도체 D램도 수요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 대만계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수요 업체들은 D램 재고가 10~14주 이상으로 연장되면서 구매 수량을 줄이는 한편 공급계약 협상에서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전자제품에서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재고가 90일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노트북용 패널도 브랜드 제조업체의 경우 약 8~12주의 재고가 쌓여 평소보다 2~4주가량 더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도 가전 수요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동안 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3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이달 1.7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이자 비용이 늘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전 교체는 후순위로 밀린다는 얘기다.
DSCC는 "유통업체가 경기 침체 우려에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라면서 "만약 재고를 줄인다면 산업 가동률이 급격하게 둔화될 수 있다. 정확한 조정 액수나 시기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올 하반기 산업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재고가 늘어나자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업체에 스마트폰과 TV에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패키징 부품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본 경제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조달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여러 부품 공급업체에 부품과 부품 출하를 몇 주간 지연 또는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맞춤형 가전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비스포크 라인업에 추가적으로 '인피니트(Infinite)'를 선보였다. 비스포크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를 갖춰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가전시장에서 일찌감치 '초프리미엄' 차별화를 위해 '시그니처(Signature)' 브랜드로 공략에 나섰다. 빌트인 가전에서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위기를 넘기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안 사서 큰 일"이라며 "특히 해외에서의 판매 대책 마련을 위한 출장 등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재고 관리가 올 하반기 경영관리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프리미엄에 더욱 집중하고 고객 경험을 강화해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추면 브랜드 가치 하락에 직면할 수 있고, 반대로 매출을 방어하고자 대대적 마케팅에 들어가면 기존 고객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제품의 상품성과는 무관한 것이라 더 큰 문제"라며 "인플레 시대에 가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가전업체들의 하반기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삼성전자 재고회전일수 '역대 최고'
2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을 기록했다. 이는 예년보다 2주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LG전자의 정확한 재고회전일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상황을 봤을 때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일본 대표 전자업체 소니 역시 평상시보다 5일가량 늘어난 50일대 후반 수준의 재고회전일수를 기록 중이다.재고회전일수는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간이 짧을수록 비용 부담이 적고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제조사는 평균 70~80일, 유통사는 50~60일의 재고회전일수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미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전자제품 판매점 체인 베스트바이의 올 1분기 재고회전일수 역시 74일로 예년 평균(60일)보다 14일 늘었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최대 매출처 중 한 곳이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또한 올 1분기 재고가 57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평상시 재고 일수는 2~3주 수준이다. 근래 재고량이 가장 적었던 2020년 6월 말(22일) 대비 2배 이상이다. 미국 2위 유통기업 타깃의 경우 1분기 재고 자산이 지난해 대비 43% 증가했다. 주요 가전 제조사와 유통사들 재고가 쌓이면서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재고 관리가 경영 리스크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49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32조3775억원) 대비 무려 53.9%나 급증했다. 이중 조립이 완료된 제품이나 상품은 14조6929억원에 달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7조9959억원에서 10조2143억원으로 27.7% 뛰었다.
재고 압박 속에서 가전·IT 업체가 일부 부품 조달을 연기하면서 부품 업체 재고 물량도 쌓이는 등 업계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했다. DSCC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패널 평균 재고 일수가 56일로, 약 2주분(13일)의 잉여 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별로는 BOE 72일,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CSOT) 70일 등 중국 업체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LG디스플레이도 67일로 높은 수준이다.
PC, 노트북 등의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반도체 D램도 수요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 대만계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수요 업체들은 D램 재고가 10~14주 이상으로 연장되면서 구매 수량을 줄이는 한편 공급계약 협상에서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전자제품에서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재고가 90일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노트북용 패널도 브랜드 제조업체의 경우 약 8~12주의 재고가 쌓여 평소보다 2~4주가량 더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재고 왜 쌓이나
삼성전자의 가전 재고 증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때 늘어난 수요가 꺾이면서 시작됐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가전 교체 수요가 줄었다. 고물가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생활에 필수적인 식자재와 에너지 비용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가전 교체를 뒤로 미루면서다.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도 가전 수요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동안 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3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이달 1.75%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이자 비용이 늘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전 교체는 후순위로 밀린다는 얘기다.
DSCC는 "유통업체가 경기 침체 우려에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려 할 것"이라면서 "만약 재고를 줄인다면 산업 가동률이 급격하게 둔화될 수 있다. 정확한 조정 액수나 시기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올 하반기 산업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재고가 늘어나자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업체에 스마트폰과 TV에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패키징 부품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본 경제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조달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여러 부품 공급업체에 부품과 부품 출하를 몇 주간 지연 또는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라고 보도했다.
돌파구는 '프리미엄' 시장
삼성전자는 위기 돌파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작된 삼성전자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확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미엄 제품 구매층인 고소득자들은 고물가나 고금리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이나 QLED TV, 비스포크(BESPOKE)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TV만 해도 올해 1분기 전세계 TV 시장 판매량은 490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지만 QLED 판매량은 23% 증가한 330만대로 집계됐다.삼성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맞춤형 가전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비스포크 라인업에 추가적으로 '인피니트(Infinite)'를 선보였다. 비스포크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를 갖춰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가전시장에서 일찌감치 '초프리미엄' 차별화를 위해 '시그니처(Signature)' 브랜드로 공략에 나섰다. 빌트인 가전에서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위기를 넘기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안 사서 큰 일"이라며 "특히 해외에서의 판매 대책 마련을 위한 출장 등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재고 관리가 올 하반기 경영관리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프리미엄에 더욱 집중하고 고객 경험을 강화해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추면 브랜드 가치 하락에 직면할 수 있고, 반대로 매출을 방어하고자 대대적 마케팅에 들어가면 기존 고객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제품의 상품성과는 무관한 것이라 더 큰 문제"라며 "인플레 시대에 가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가전업체들의 하반기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