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의 마이클 조던 되고 싶어…작년 6승 기록도 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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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2
'포천힐스퀸' 박민지 인
'농구 황제' 못지않은 '넘사벽 골퍼'
다승·상금·평균타수 모두 1위
"사람냄새 나는 조던 되는 게 꿈"
"난도 높은 포천힐스, 메이저급
미스샷 페널티·굿샷 보상 확실"
실수 마음에 담지 않고 금방 잊어
3번홀 벙커 턱 맞히는 실수했지만
'보기 정도면 잘했다' 스스로 다독여
"지난해보다 올해 몸상태 더 좋아
에비앙에서 좋은 성적 내겠다"
'포천힐스퀸' 박민지 인
'농구 황제' 못지않은 '넘사벽 골퍼'
다승·상금·평균타수 모두 1위
"사람냄새 나는 조던 되는 게 꿈"
"난도 높은 포천힐스, 메이저급
미스샷 페널티·굿샷 보상 확실"
실수 마음에 담지 않고 금방 잊어
3번홀 벙커 턱 맞히는 실수했지만
'보기 정도면 잘했다' 스스로 다독여
"지난해보다 올해 몸상태 더 좋아
에비앙에서 좋은 성적 내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강자인 박민지(24)는 골프선수 중에선 ‘롤 모델’이 없다고 했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한데, 골퍼가 아니라 농구선수라고 했다. 바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9·미국).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같은 실력과 수많은 팬을 사로잡는 스타성이 부러웠다고. 우연처럼 이니셜(MJ)도 같다.
2022년의 박민지는 ‘KLPGA의 마이클 조던’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지난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2’를 거머쥐며 시즌 3승, 통산 13승을 거뒀다. 첫 승을 한 뒤 13승을 쌓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2개월10일로 김효주(9년5개월4일), 장하나(8년4일)를 능가한다. 다승 1위(3승), 상금 1위(6억3803만원), 대상포인트 1위(351점), 평균타수 1위(69.93타) 등 거의 모든 타이틀이 그의 손 아래 있다.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그는 “조던이 농구에서 이뤘던 걸 골프에서 해내는 게 꿈”이라며 “(다만 오로지 승리를 위해 동료들을 압박했던 조던과 달리) 사람 냄새 나는 ‘참 괜찮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가 ‘포천힐스 퀸’이 되는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1위)와 한국여자오픈(3위)에서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한 직후에 뛰어든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조금 휴식을 취한 다음 출전한 1라운드에선 8언더파를 몰아쳤지만 2, 3라운드에선 이틀 동안 4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박민지는 “최종 라운드는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며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1~5번홀과 (우승 퍼팅을 성공한) 연장전 퍼트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포천힐스CC의 난도가 메이저대회만큼 높았다고 했다. “길게 자란 러프에 공이 빠지면 채가 감겨 잘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미스 샷’에 대한 페널티도, ‘굿샷’에 대한 보상도 확실했습니다. 메이저대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현장을 찾지 않은 골프팬들은 모르고 지나친 승부처가 있었다. 보기를 기록한 3번홀(파5)이다. 박민지는 이 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피칭 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이 벙커 턱에 맞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꺼냈는데, 이 장면을 방송 중계도 놓쳤다. 이 홀에서 벙커샷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연장전을 치를 필요도 없었다. 박민지는 의외로 담담하게 그때 기억을 떠올렸다. “(벙커 턱을 맞힌) 두 번째 샷은 명백한 미스샷이었죠. 그런 샷을 날리고도 보기로 막았으니 ‘이 정도면 잘했다’ 싶었습니다. 그 홀에서 정신을 차린 덕분에 이후 버디를 2개 낚았으니, 괜찮은 장사였던 셈이죠.”
실수를 마음에 담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는 건 박민지의 강점 중 하나다. 이 덕분에 그는 한두 번 미스샷이 나와도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연장 1차전에서도 세 번째 샷(짧은 칩샷)을 실수했다. 3m 버디 퍼트를 남긴 상황. 1m 짧은 박지영보다 불리했다. 한 번의 퍼트로 우승이 갈리는 순간, 불리했던 박민지는 넣었고 유리했던 박지영은 넣지 못했다.
박민지는 “예전에는 공이 밖으로 나가거나 해저드에 빠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제 우승 퍼트도 그냥 ‘꼭 넣어야지’란 생각만 한 것 같다”고 했다.
‘강철 체력’도 그를 ‘넘사벽’으로 만든 원동력 중 하나다. 박민지는 “12년 골프 인생에서 테이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체력 훈련을 탄탄히 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배가 고프면 항상 뭘 먹는다”며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선 바나나 3개에 에너지바 2개, 김밥 1줄을 싸 왔는데 다 먹었다”고 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2개다. 하나는 지난해 거둔 자신의 최다승 기록(6승)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달 24일부터 프랑스 에비앙리조트GC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박민지는 “신지애 프로님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9승을 넘기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정말 깨기 힘든 대기록”이라며 “다만 지난해 6승을 거뒀을 때보단 올해 몸 상태가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에비앙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국내 대회를 오랫동안 비워야 해 걱정했는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을 통해 부담을 덜었다”며 “에비앙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2022년의 박민지는 ‘KLPGA의 마이클 조던’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지난 26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2’를 거머쥐며 시즌 3승, 통산 13승을 거뒀다. 첫 승을 한 뒤 13승을 쌓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2개월10일로 김효주(9년5개월4일), 장하나(8년4일)를 능가한다. 다승 1위(3승), 상금 1위(6억3803만원), 대상포인트 1위(351점), 평균타수 1위(69.93타) 등 거의 모든 타이틀이 그의 손 아래 있다.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그는 “조던이 농구에서 이뤘던 걸 골프에서 해내는 게 꿈”이라며 “(다만 오로지 승리를 위해 동료들을 압박했던 조던과 달리) 사람 냄새 나는 ‘참 괜찮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가 ‘포천힐스 퀸’이 되는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1위)와 한국여자오픈(3위)에서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한 직후에 뛰어든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조금 휴식을 취한 다음 출전한 1라운드에선 8언더파를 몰아쳤지만 2, 3라운드에선 이틀 동안 4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박민지는 “최종 라운드는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며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1~5번홀과 (우승 퍼팅을 성공한) 연장전 퍼트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포천힐스CC의 난도가 메이저대회만큼 높았다고 했다. “길게 자란 러프에 공이 빠지면 채가 감겨 잘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미스 샷’에 대한 페널티도, ‘굿샷’에 대한 보상도 확실했습니다. 메이저대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현장을 찾지 않은 골프팬들은 모르고 지나친 승부처가 있었다. 보기를 기록한 3번홀(파5)이다. 박민지는 이 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다. 피칭 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이 벙커 턱에 맞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꺼냈는데, 이 장면을 방송 중계도 놓쳤다. 이 홀에서 벙커샷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연장전을 치를 필요도 없었다. 박민지는 의외로 담담하게 그때 기억을 떠올렸다. “(벙커 턱을 맞힌) 두 번째 샷은 명백한 미스샷이었죠. 그런 샷을 날리고도 보기로 막았으니 ‘이 정도면 잘했다’ 싶었습니다. 그 홀에서 정신을 차린 덕분에 이후 버디를 2개 낚았으니, 괜찮은 장사였던 셈이죠.”
실수를 마음에 담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는 건 박민지의 강점 중 하나다. 이 덕분에 그는 한두 번 미스샷이 나와도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연장 1차전에서도 세 번째 샷(짧은 칩샷)을 실수했다. 3m 버디 퍼트를 남긴 상황. 1m 짧은 박지영보다 불리했다. 한 번의 퍼트로 우승이 갈리는 순간, 불리했던 박민지는 넣었고 유리했던 박지영은 넣지 못했다.
박민지는 “예전에는 공이 밖으로 나가거나 해저드에 빠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제 우승 퍼트도 그냥 ‘꼭 넣어야지’란 생각만 한 것 같다”고 했다.
‘강철 체력’도 그를 ‘넘사벽’으로 만든 원동력 중 하나다. 박민지는 “12년 골프 인생에서 테이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체력 훈련을 탄탄히 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배가 고프면 항상 뭘 먹는다”며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선 바나나 3개에 에너지바 2개, 김밥 1줄을 싸 왔는데 다 먹었다”고 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2개다. 하나는 지난해 거둔 자신의 최다승 기록(6승)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달 24일부터 프랑스 에비앙리조트GC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박민지는 “신지애 프로님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9승을 넘기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정말 깨기 힘든 대기록”이라며 “다만 지난해 6승을 거뒀을 때보단 올해 몸 상태가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에비앙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국내 대회를 오랫동안 비워야 해 걱정했는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을 통해 부담을 덜었다”며 “에비앙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