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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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가 밀 수입량을 줄인다. 밀 가격 상승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대신 자국 밀 의존도를 높이고 제분 과정에서 나온 잔류물을 적극 사용해 밀 수요를 채우기로 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 엘 모셀리 이집트 공급부 장관은 “밀 수입량을 연간 500만~550만t으로 줄이고 이집트산 밀 의존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의 2023추수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밀 수입량은 전년 대비 약 10% 줄어들 전망이다. 모셀리 장관은 “현재 5.7개월 분량의 밀 재고가 있다”며 “이집트 정부의 자국산 밀 구매량은 올 들어 392만t으로 지난해 대비 12% 늘렸다”고 덧붙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집트는 지난해 기준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이다. 이집트는 중동 국가 중 가장 많은 1억600만여 명의 인구가 있다. 이 때문에 그간 흑해 지역 국가에서 밀을 대량 수입해왔다.

하지만 최근 5위 규모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판로가 막히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연초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약 25.4㎏)당 7.58달러였던 밀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 12달러대로 올랐다. 이달 26일 가격은 9.35달러로 내렸다. 하지만 연초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23%가량 높다.

밀 공급 안정화를 위해 이집트는 지난달 인도와 50만t 규모 구매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량은 18만t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이집트 공급부의 전망이다. 이집트는 러시아 업체와도 밀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 새 공급망을 확보하더라도 이집트 통화인 이집트파운드의 가치가 올 들어 달러 대비 16%나 떨어지면서 부담이 클 전망이다.

수입이 여의치 않자 이집트는 대안 마련으로 눈길을 돌렸다. 모셀리 장관은 보조금 지원을 통해 국내 제분업자들에게 밀기울 사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밀기울은 밀을 빻은 뒤 체로 쳤을 때 남는 찌꺼기다. 이집트 정부는 감자 소비를 늘리는 것도 밀 공급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