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투자로 1억원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2억원을 투자한다.”

# 주식투자를 소액으로 하는 이유는? “원래는 거액이었다.”

최근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자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 자조적으로 나오는 얘기들이다.

주식시장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의심하게 한다. 요즘 같은 시장에선 주가수익비율(PER)이니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니 하는 기업 가치 평가 기법도 무색해진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버는 것 같은 불안,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투자는 경제, 금융이기보다는 심리의 문제로 다가올 때가 많다.
손절을 못하는 이유?…손실에 민감한 인간본성 때문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한 인간 본성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인간의 심리를 렌즈 삼아 경제를 들여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통하는 그가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음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했다.
① 100% 확률로 500달러를 번다.
② 50% 확률로 1000달러를 벌거나 50% 확률로 한 푼도 못 번다.

대다수가 ①을 선택했다. 적은 금액이라도 확실하게 벌 수 있는 쪽으로 몰린 것이다. 실험은 계속됐다. 이번엔 돈을 잃는 상황을 가정했다.
③ 100% 확률로 500달러를 잃는다.
④ 50% 확률로 1000달러를 잃거나 50% 확률로 한 푼도 안 잃는다.

이번엔 대다수가 ④를 택했다. 설령 더 큰돈을 잃을 위험이 있더라도 한 푼도 안 잃을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카너먼은 이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똑같은 100만원이라도 100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위험 선호도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익이 예상될 때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안전한 쪽을 택하지만, 손실이 예상될 때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이다. 전망에 따라 사람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이 이론을 ‘전망 이론’이라고 한다.

수익 줄이고 손실 키우는 처분 효과

카너먼의 실험 결과는 하락장에서 많은 투자자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고 손실을 키우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실험 참가자들이 더 큰 손실 위험을 감수했듯이 하락장의 투자자들은 손절매를 미루고 반등을 기다린다. 이런 심리를 ‘처분 효과’라고 한다. 가격이 하락한 주식을 처분해 손실이 확정됐을 때 느낄 상실감이 두려워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심리다.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가 오히려 손실을 더 키우는 것이다.

처분 효과는 주가가 오를 때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주식을 빨리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쪽으로 심리가 작용한다. 이 때문에 상승장에서도 수익을 조금밖에 못 낸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8월 발표한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 보고서에서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 20만 명의 거래 내역을 분석했다. 이들은 이익이 난 주식은 11%를 매도한 반면, 손실이 난 주식은 5%만 매도했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팔아 버리고, 떨어진 주식은 계속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71.4%가 손실 상태였다.

자신의 투자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는 ‘과잉 확신’, 익숙한 정보원에만 의존하는 ‘제한된 주의력’,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양떼 효과’도 투자자들의 이성적·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심리적 요인이다.

주식 창 자주 볼수록 손실 커진다

투자에서 심리적 편향이 낳는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익 실현 구간과 손절 구간을 정해 놓고 철저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

주식 창은 가급적 덜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투자자 행동을 분석한 많은 연구는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투자자일수록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급락장에서 손절매 시점을 놓쳤다면 차라리 앞으로 몇 달간은 주식 앱을 숨겨놓는 것이 어떨까.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