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장제원 의원(앞줄 왼쪽부터)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의원 등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친윤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장 의원이 주도한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의 장제원 의원(앞줄 왼쪽부터)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의원 등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친윤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장 의원이 주도한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병언 기자
친윤(친윤석열) 그룹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친윤 그룹 의원이 대거 집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주도의 혁신위원회 첫 회의와 같은 날 열려 친윤 그룹과 이 대표 간 세력 다툼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혁신포럼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코로나19와 대선 등으로 멈췄던 활동이 1년 반 만에 재개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를 필두로 50여 명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모였다. 특히 차기 유력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 등도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모임이 친윤 그룹 세력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 정진석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해 신(新)친윤계로 분류된 김정재·박수영·배현진 의원도 얼굴을 비추며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다만 장 의원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래혁신포럼은 20대 국회에서 시작한 모임”이라며 “왜 지금 와서 세력화라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의 참석을 두고 ‘반(反)이준석 연합’이 꾸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으로 친윤계 정점식 의원을 추천해 이 대표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행사에서도 안 의원은 강연장 맨 앞줄에 장 의원과 나란히 앉았다. 장 의원은 안 의원에게 예고에 없는 축사를 맡기며 두 사람 사이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날 포럼이 끝난 뒤 “이 대표의 ‘간장 한 사발’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속이 타나 보죠”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발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었다. ‘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인 ‘간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두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안 의원의 이날 발언은 이 대표의 공격에 굳이 정면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혁신위는 이 대표와 최재형 혁신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었다. 당원 증가에 따른 새 운영체계 확립과 공천 개혁 등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앞서 열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 참석해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 모두 공성전 대상”이라며 친윤 그룹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선 이전부터 “윤핵관들이 익명 인터뷰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문제 삼았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