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왼쪽부터. 오유석 신한금융지주 리스크 관리팀 차장, 강이천 부부장, 하진수 차장, 권심영 팀장, 홍승택 과장, 방동권 부사장, 나병해 부부장, 김수혁 차장, 남현준 과장, 박종호 과장, 안성진 차장, 유인호 과장.사진=서범세 기자
왼쪽부터. 오유석 신한금융지주 리스크 관리팀 차장, 강이천 부부장, 하진수 차장, 권심영 팀장, 홍승택 과장, 방동권 부사장, 나병해 부부장, 김수혁 차장, 남현준 과장, 박종호 과장, 안성진 차장, 유인호 과장.사진=서범세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금융사 최초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모형인 ‘신한 ESG 모형’을 개발했다. 신한 ESG 모형은 신한이 2017년부터 시작한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의 연장선에 있다. 신한은 ESG가 리스크 관리에서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주회사 및 그룹사 간 협업을 통해 환경·사회 부문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만들어왔다.


2017년 첫 단계로 환경·사회 측면을 감안한 여신 및 투자 대상의 위험 분류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사업 유형별 환경·사회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체계를 수립했다. 환경·사회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을 선별해 관리하는 방안도 만들었다. 다음 과제는 ESG 요소의 비즈니스 내재화였다. 이를 위해서는 ESG 평가 결과를 여신 및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평가 모형 개발이 필요했다.

기업의 ESG 수준 7단계로 평가

신한은 2020년 탄소중립 금융 전략인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발표하고, 이듬해 그룹 ESG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금융 배출량 측정과 ESG 평가 모형 개발을 구체화했다. 그룹사의 여신, 투자 및 심사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모형을 활용하게 될 담당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응답자의 75%가 ESG 평가 모형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실제 개발 과정은 지주회사 리스크관리팀이 주관하고 지주회사 ESG기획팀과 신한은행 리스크공학부 등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신한 ESG 모형은 기업의 전반적 ESG 수준을 A+~A-(우수), B+~B-(보통), C(미흡) 등 총 7 단계로 평가한다. 평가 대상은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들이다. 하부 모형인 E, S, G 각 항목별 평가 결과를 토대로 ESG 등급을 산출한다. E의 경우 환경비용 투자 수준, 환경 인증 건수 등이 평가 항목이 된다. S는 인적자원 관리, 안전관리 등으로 세부 항목을 구성했다.

평가 등급을 산정하는 방식은 일반적 신용평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타깃 지표 설정이 과제로 등장했다. 신용평가 모형은 거래 상대방의 부도율을 기반으로 신용 상태를 평가하고 등급화한다. 하지만 ESG 평가 모형은 어떠한 지표를 타깃으로 설정해야 하는지부터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비재무 정보공개 수준이 제한적이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역시 난제였다.

지속 가능성 타깃으로 평가 모델 개발

이에 따라 리스크관리팀은 다수가 동일한 해석이 가능하고 운영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량화된 자동 평가 모형을 개발했다. 신한금융지주 리스크관리팀 모형개발 담당자는 “국내외 다양한 ESG 모형을 벤치마킹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내부 타깃을 만들었다. 상장사뿐 아니라 외부감사업체까지 등급을 산출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자동 평가를 통해 매달 평가 결과를 산출해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췄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리스크관리팀은 단기적으로는 ESG 평가 모형을 금리 인센티브, 투자 대상 선정 등 포지티브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운용 상품, 한도 설정, 환경·사회 리스크 평가 등 기존 심사 프로세스에 내재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ESG 평가 등급을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대출’ 상품의 대상 선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인터뷰]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그룹 CRO)

“ESG 등급 활용은 세계적 추세…활용도 높여갈 것”
방동권 신한금융그룹 부사장(그룹 CRO).사진=서범세 기자
방동권 신한금융그룹 부사장(그룹 CRO).사진=서범세 기자
- 리스크관리팀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발생 가능한 리스크 인식 및 측정·관리 체계 구축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거래 상대방의 부실로 인한 신용 리스크와 금리, 주가 등 시장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시장 리스크 같은 재무적 리스크 관리가 주업무였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ESG, 기후변화 등 비재무적 리스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재무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는 파급력을 예측하기 힘들어 관리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측정 모델과 관리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재무 상태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인에 의한 리스크도 리스크 관리 체계에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 기업의 반응은 어떤가.

“모형 론칭 초기라 기업 피드백을 받기는 아직 이르다. 기업들의 ESG 등급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형은 아직 신한만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왜 평가하는가’에 대한 설득력과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중요하다. 신한 ESG 평가 모형의 목적은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이미 ESG 등급을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나.

“많은 글로벌 은행이 ESG 등급을 활용한다. ESG를 반영한 상품을 출시나 리스크 관리에 주로 사용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ESG 등급을 기준으로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대출상품을 운영한다. 일본 SMBC는 거래 상대의 일자리 창출도를 감안해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갖고 있다. 신한 역시 ESG 모형을 활용해 ESG 등급에 따라 금리를 할인받을 수 있는 기업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면서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금융기관의 리스크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대응에는 항상 ‘선제적’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리스크가 발생한 후의 대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란 지속적인 관찰과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인식해야 측정할 수 있고,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영역에서 물이 엎질러지지 않도록 가능성을 살피며 끊임없이 관리해나가야 한다. 유관 부서 간 협력도 중요하다. 신한 ESG 평가 모델 개발은 개별 팀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었다. 여러 부서의 ESG에 대한 깊은 공감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향후 ESG 모형이 더욱 정교해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모형을 활용하는 부서와 적극적 협업을 통해 활용도를 높이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