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하이량 /사진=티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하이량 /사진=티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②에 이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그야말로 '내 노래'가 나오기까지 무려 23년이 걸렸다. 긴 시간 지방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췄던 하이량은 TV조선 '미스트롯2'를 거쳐 지난해 정식 데뷔했다. 지난달에는 신곡 '신청곡'을 발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선 무대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끈기, 열정, 성실함 등이 느껴졌다. 이 따뜻한 요소들은 '트로트 가수 하이량'을 만들어낸 자양분이었다.

하이량은 "10살 때부터 23년 동안 춤과 노래를 꾸준히 해왔다. 지방에서 활동할 때 이소량(하이량 본명) 하면 춤도 현란하게 추는 애라는 말이 나왔는데, 아무리 거친 춤을 추더라도 음이 흔들리지 않게 라이브가 가능하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그땐 그게 몸 다치는 건지도 몰랐다"고 고백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느냐는 물음에는 "악착 같이 안 하면 써주지 않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방 가수들은 무대 아래로 꼭 내려가야 해요. 안 그럼 성의 없다고 다시 불러주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돌아가신 아버지는 당초 가수의 꿈을 반대했다고 한다. 이벤트 사업가로서 각종 지역 행사를 진행한 고인은 누구보다 가수가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빠랑 내기를 했어요. 지역 노래자랑 나가서 3등 안에만 들면 가수를 시켜준다는 거였죠. 근데 제가 1등을 한 거에요. 당시 아버지는 행사 준비한다고 반대편 옥상에서 스탠바이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무대를 했죠. 저인 줄 모르고 '끼 있네?'라고 생각하셨대요. 제 인터뷰를 듣고 그제서야 본인 딸인 줄 아셨더라고요."

가수를 허락한 아버지와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 하이량은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예대를 들어가 보컬을 전공하고,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도 쉬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수 하이량 /사진=티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하이량 /사진=티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실의 벽이 높긴 했지만, 그럼에도 단 한 순간도 꿈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고. 하이량은 "'미스트롯2'를 준비하면서 세 달 정도 7080 라이브 카페 주방에서 설거지를 했다. '미스트롯2'가 끝나고는 작년까지 6개월 정도 쿠팡 배달 일을 했다. 쌀가마를 짊어지기도 하고, 하루에 90몇군데를 돌기도 했다. 한 여름에 무거운 걸 들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다섯 번 정도 오르내린 적이 있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라. 그 일을 한 뒤로 택배가 늦더라도 절대 재촉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배달을 하던 중 울컥하는 순간도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영상에 '미스트롯2' 출연진들이 나온 때였다. 당시를 회상하며 하이량은 "동료 가수들을 보는데 순간 눈물이 나더라. '나는 왜 이러고 있지'라는 마음이 전혀 아닌데, 그냥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차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소속사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하이량은 "힘든 일을 하니까 대표님은 항상 그만두라고 했다. 배달 일이 끝날 때까지 안 자고 기다렸다가 일을 마쳤다는 내 문자를 확인한 후에야 주무시곤 했다.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23년 간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부르던 그는 이제 당당히 자신의 곡을 내고 활동 중이다. "'하이량 하면 행사잖아요. '행사의 여왕'으로 다시 귀환을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이젠 제 노래로 행사 무대에 오른다는 게 정말 감회가 남달라요. 제 노래가 없어서 늘 남의 곡만 불렀으니까요. 대표님이 무슨 노래를 불러야할지 고민할 정도로 '곡 부자'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활동한 지 1년 만에 벌써 제 노래가 5곡이나 돼요."(웃음)

하이량 하면 바로 떠오를 만한 대표곡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하이량은 "금잔디 하면 '오라버니'가 나오지 않느냐. 나도 그런 곡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사람들이 가수를 알고, 그 가수의 노래까지 알면 그걸 반쯤 성공한 거라고 부른다.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다. 지금 내 이름이 30%까지 알려졌다면, 이번 활동으로 60%까지 오르고, 이어 하이량의 노래가 '신청곡'이라는 것까지 각인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