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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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딸과 그 친구를 성폭행해 죽음으로 내몬 의붓아버지가 "일찍 구속했어야 한다"며 오히려 사법당국 탓을 하고 유족에게도 황당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의붓아버지 A 씨(57)는 친구 유족 측에 보낸 손해배상 민사소송 답변서에서 '죽어서도 속죄하겠다'면서도 '날 일찍 구속해야 했다'며 사법기관에 책임을 돌렸다.

A 씨는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편지 형식으로 작성한 35장의 답변서에 '경찰과 사법기관이 비판과 비난을 먼저 받았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됐다'면서 '자신이 아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파렴치한 놈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딸 친구 유족을 향해 '남은 자식을 바라보며 살아라', '너무 조바심 내면 힘들어지니 흘러가는 대로, 바쁘게 살아야 딸 생각이 안 날 거다'라며 황당한 조언까지 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A 씨가 유족에게 자신이 출소할 날까지 건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을 주목했다.

김태경 서원대 교수는 SBS에 "듣기에 따라선 '기다리고 있어. 내가 찾아갈게' 일수도 있다. 진짜로 자식을 잃으면 그 비통함이 어떤지에 대한 한 자락의 공감도 없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애들이 죽은 거야. 애들을 죽게 만든 건 날 좀 더 빨리 자백하게 만들지 못했던 무능한 경찰과 검찰의 문제거든' 이런 주장을 하는 거다"라며 "섬뜩하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2021년 2월 A 씨의 의붓딸 친구인 B양의 부모가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두 피해 여중생들은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해 5월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검찰은 같은 해 6월 의붓딸과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A 씨를 뒤늦게 구속했다.

당시 A씨는 의붓딸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그해 12월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의붓딸에 대한 성추행, B양에 대한 성폭행·성추행 등의 혐의는 인정했지만,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사건이 다른 국면을 맞게 된 것은 사망 3개월 뒤 B양의 유서가 뒤늦게 발견되면서다.

B양은 유서에서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나게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고 고 했다.

이 유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A 씨 재판의 흐름을 바꿀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0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된 증거 자료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과 달리 이 부분 범죄 행위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A 씨는 징역 25년이 지나치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