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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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나를 (임차인으로) 선택해달라’(pick me)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집값은 꺾일 줄 모르는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게속 오르자 매수 대신 임차를 택하게 된 미국인들이 늘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세입자들 사이 ‘입찰 전쟁’(bidding war)이 달아오르면서 집주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공급 부족과 거래절벽으로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무주택 미국인들이 매수를 포기하고 임대차시장으로 몰려서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팔린 미국 기존주택 가격(중간값 기준)은 40만7600달러(약 5억2400만원)로 1999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8% 뛰었다. 지난달 주택 매매건수는 전달인 4월보다 3.4%, 지난해 같은 달보다 8.6% 줄며 거래절벽 조짐을 보이는 한편 주택 공급이 달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6% 수준으로 상승했다.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제시액보다 더 많은 월세를 내겠다고 나섰다. 미국 시카고의 임대차 중개 플랫폼인 브릭스비드에 따르면 집주인이 부른 월세액보다 10~15% 높은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최근 늘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집계한 지난달 미국 임차료 중간값은 사상 최초로 월 2000달러를 넘겼다.

세입자들은 연애 또는 취직하는 심정으로 집주인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집주인의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세입자가 써서 보내는 편지는 ‘픽미 레터’(pick me letter)라고 불린다. 자신을 세입자로 뽑아달라는 마음이 담겨서다. 일부는 직전 임대인의 추천서를 집주인에게 제출하기도 한다.

미국 세입자들의 ‘고난’은 이어질 전망이다. 고소득자들까지 임차를 택하며 수요자가 늘어난 반면 주택 공급은 증가할 기미가 없어서다. 테일러 마르 레드핀 이코노미스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 매수 수요가 줄기 때문에 주택 신규 건설도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