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관련 이미지.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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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 phosphodiesterase5)억제제 계열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식도암의 항암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27일(이하 현지 시각)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의대 소화기 외과 전문의 팀 언더우드 박사 연구팀은 식도암은 표준 항암제의 단독 투여보다 PDE5 억제제와의 병행 투여가 치료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과학진흥 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같은 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PDE5 억제제 계열의 발기부전 치료제는 식도 종양 주위에 형성된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의 활동을 억제해 항암 화학요법에 대한 내성(resistance to chemotherapy)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미세환경이란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으로 종양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 cancer-associated fibroblast)와 혈관 등으로 구성된다. 종양 미세환경은 종양에 영양소를 공급하며 종양에 대한 보호막을 형성, 항암 화학요법 등 암 치료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차단한다. 특히 CAF는 종양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연구팀은 원래 혈관 벽에 있어야 하는 효소인 PDE5가 식도선암 종양에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발견, 특히 종양의 미세환경 내부에 있는 CAF에 PDE5 효소가 많으며 이 효소의 과잉 발현이 식도암의 낮은 생존율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식도암 종양의 미세환경 조직에서 채취한 CAF를 PDE5 억제제에 노출시켰고 그 결과 PDE5 억제제가 CAF의 활동을 억제, CAF가 정상적인 섬유아세포의 모양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어 8명의 식도암 환자의 종양에서 15번의 조직생검(biopsy)으로 채취한 암세포를 시험관에서 키워 인공 종양을 만들어 표준 항암제와 함께 PDE5 억제제를 투여했다. 그러자 실제 항암 치료에서는 반응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던 환자의 12개 인공 종양 샘플 중 9개에서 표준 항암제에 반응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항암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식도암 종양을 생쥐에 이식한 다음 표준 항암제를 단독으로 또는 PDE5 억제제와 함께 투여한 결과 표준 항암제와 PDE5 억제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가 표준 항암제만 투여했을 때보다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영국 암 연구소의 미셀 미첼 소장은 "식도암 치료는 지난 40년 동안 조금밖에는 개선된 것이 없다"며 처음부터 새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일은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또 실패하는 수가 많은 만큼 다른 질병 치료제로 이미 개발된 기존의 약을 대신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한편, 식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치료 옵션의 수가 적으며 10년 이상 생존율이 10%가량에 불과하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