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과도한 임금인상…대·중소기업 격차 심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국내 주요 대기업 경영진을 만나 “물가 상승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고(高)물가가 임금 인상을 유발하고 재차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취지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을 자제해주고 생산성 향상 범위 내 적정 수준으로 임금이 인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손경식 경총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과의 만남에서 “임금 인상은 자제하고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기업에 임금 상승 억제를 재차 주문한 것이다.

그는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소위 잘나가는, 여력이 있는, 큰 상위 기업 중심으로 성과 보상 또는 인재 확보라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과도한 임금인상…대·중소기업 격차 심화"
추경호 "노동시장 양극화 확대"…이달 기업에 두 차례 자제 요청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은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28일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글로벌 에너지, 곡물 가격 급등 등 해외발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임금 현상이 전체로 확산하기 시작하면 물가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미스매치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결국 기업은 이런 고임금·고비용 구조하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악재가 이어지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과도한 임금 인상 경쟁이 차후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추 부총리의 요청에 손경식 경총 회장(사진)은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가속화하는 데 대해 기업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개혁 △파견근로 허용 제한 해제와 계약직 계약기간 4년으로 확대 등 노동 개혁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비롯한 세제 개편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추 부총리는 “대규모 투자 등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제 개혁, 규제·노동시장 개혁은 확고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전날 결정된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국민 민생물가 차원에서 보면 전기·가스요금을 올리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오래 누적된 적자 요인이 워낙 심화하고 있어 동결하기엔 (한국전력) 회사 자체의 경영 존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는 “연동제 부분은 일정을 당겨서 한 것이고 그다음에 정상적으로 예정된 부분은 그때 가서 최종 판단을 한 번 더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5월(5.4%)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정환/박한신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