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직접 하기 싫거나 껄끄러운 일은 죄다 우리 몫입니다.”

금감원으로 파견 근무를 갔다가 최근 본사로 복귀한 한 금융회사 소속 직원 A씨는 지난 2년여간의 생활을 ‘사노비’라고 표현했다. ‘공노비’로 불리는 금감원 직원과 함께 일하면서도 철저하게 ‘을’의 신세였다는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금감원에는 모두 58명의 외부기관 파견자가 일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금융 관련 협회, 금융 공공기관 등 40여 곳에서 파견된 인력에다 검찰 출신도 1명 포함돼 있다. 금감원 전문사고운용사전담검사반에는 예금보험공사(6명) 예탁결제원(2명) 한국증권금융(3명) 등에서 보낸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각 은행과 보험사, 보험판매회사(GA) 등에서도 1~2명씩 금감원 관련 부서에 배치돼 있다.

이들 외부 기관 및 회사가 금감원에 직원을 파견한 기간은 평균 6.9년에 달한다. 금감원이 피감기관 직원을 받아 일상 업무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이해 상충이라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금감원 출입증을 걸고 일했던 피감기관 직원들은 당시 경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한 협회 소속 B씨는 “협회 규모가 작다 보니 한 명을 빼서 금감원에 배속시키는 것 자체가 부담됐다”고 말했다. 한 은행 소속으로 금감원 파견 생활을 한 C씨는 “파견 직원을 아예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금감원 직원도 있었다”고 했다. 한 보험사 인사담당자도 “금감원 파견자를 뽑는 것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며 “선발 과정에서 ‘제발 본사에 남아 있게 해달라’며 애원하는 직원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선 금감원 파견 직원을 ‘동향 파악’을 위한 통로로 활용할 여지가 적지 않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파견 직원에게 각종 사례 조사와 상담 등 보조 업무를 맡길 때가 많아 근로 의욕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