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3년8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전인지 선수(28)의 슬럼프 탈출기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한때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힘들었던 그의 화려한 부활이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한 전인지는 한·미·일 투어 메이저대회를 두루 석권한 ‘메이저 퀸’이다. 2015년 비회원 자격으로 참가해 US여자오픈을 제패했고 이듬해 LPGA에 데뷔해서는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에다 신인왕과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까지 석권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사라졌고, 불안감에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한다. 2018년 10월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25개월 만에 우승했을 땐 “악성 댓글에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상처받기도 했다”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짝 우승 이후에도 슬럼프는 여전했다. 미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향수와 우울증, 스트레스와 불안이 깊어졌다. 재작년 세계랭킹이 61위로 떨어졌을 땐 골프를 접을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도 줄곧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골프에 대한 희망과 집념을 놓을 순 없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승인 박원 코치는 “샷에 영혼이 실리지 않았다”며 은퇴를 거론했고, 친언니는 정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인 말들이 전인지에겐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자신은 골프를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위로가 필요했을 뿐이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결과를 의식하지 말고 과정을 즐기자’며 긍정 마인드로 무장하자 그는 더 단단해졌다. 실수해도 주눅 들지 않았고, 4라운드에서 렉시 톰프슨에게 선두를 빼앗겼을 땐 “아직 기회가 있다. 불운 뒤에 행운이 온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자신을 다시 일어서게 만든 건 무엇보다 달라진 마음가짐이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프로정신, 목표를 향해 매진하되 과정을 즐기는 긍정적 마인드의 힘을 전인지 선수의 화려한 부활을 통해 새삼 배우게 된다. 기나긴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전인지 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