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눈치보며 '줄타기' 경계
"회원국과 실질적 협력 강화해야"
北 도발엔 "동맹 차원서 대응"
그는 “이번 NATO 정상회담은 세 가지 중요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열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퓰너 회장이 강조한 세 가지 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자국중심주의, 북한의 핵도발이다. 퓰너 회장은 “한국과 미국은 수십 년간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해왔다”며 “이런 맥락 속에서 한국은 NATO 회원국과 함께 전략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좀 더 실질적인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해나가면 분명히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퓰너 회장은 “한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NATO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는 등 다양한 낙관적인 전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한·미 간에 공유된 가치와 규칙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동맹국들 사이에 좀 더 실질적인 협력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퓰너 회장은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그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국가 중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발전했다”며 “미국으로서도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로 변모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시점에 한·미 동맹을 군사동맹에서 기술과 경제를 결합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퓰너 회장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미래형 첨단기술을 한·미 동맹에 새로운 분야로 포함시키고 개념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도 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일본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북한 문제를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돼도 아직까지 한·미·일 연합훈련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미·일 국방장관이 2년7개월 만에 만나 북한 도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은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퓰너 회장은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퓰너 회장은 “윤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보다 더 확고한 원칙에 입각해 대북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미국도 북한이 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 결국 공은 북한에 있다”며 북한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1973년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해 미국 최고의 보수 싱크탱크로 키운 인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을 지낸 뒤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물을 배출하는 데도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990년대 그의 밑에서 일했다. 윤 대통령을 당선인 시절부터 만나는 등 한국의 정계·재계·학계 주요 인사와 교류하는 대표적 친한파이기도 하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