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햄릿’서 뭉친 여배우 트로이카 박정자·손숙·윤석화 "우리는 동료 넘어 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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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4.6세, 연기 경력 도합 165년. 1980~1990년대 연극계를 주름잡은 '여배우 트로이카' 박정자(80)·손숙(78)·윤석화(66)의 경력은 숫자로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트로이카 중 '맏언니' 박정자는 1962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 인생 60돌을 맞았다. 출연 작품이 160여편에 달하는 연극계의 대모다. 2년 뒤 데뷔한 손숙은 지금껏 백상예술대상 다섯번 수상이란 기록을 세우고, 환경부 장관과 마포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윤석화(1975년 데뷔)는 공연 제작과 공연 전문 월간지 '객석'의 발행인을 역임한 바 있는 '팔방미인'이다. 세 사람은 20년 전 안톤 체호프의 연극 '세자매'(2000년)에서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름 없는 단역 맡은 '여배우 트로이카'
이들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고 다음달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햄릿'에서 다시 뭉친다. 박정자·손숙·윤석화는 '햄릿'의 지시로 극중극 '곤자고의 살인'을 연기하는 유랑극단의 배우1~3 역을 맡았다.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극의 작품성을 인정받게 한다는 이들이 이름도 없는 단역을 맡았다는 소식에 연극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8일 서울 미아동 한 연습실에서 '햄릿' 연습을 마치고 나온 이들을 만났다. 세 사람에게 작은 역할에 불만은 없느냐고 물었다. 손숙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연극에 '작은 역할'은 없어요. '작은 배우'는 있겠지만." 윤석화도 옆에서 거들었다. "별로인 작품에서 주인공하는 것보다 좋은 작품에서 지나가는 행인하는게 더 좋아요."
손숙이 '대사가 일곱마디밖에 되지 않는다'고 장난 섞인 투정을 부리자 박정자가 달래며 말했다. "내 대사 좀 줄까? 나도 비슷하긴 하다.(웃음)" 대사는 적지만 세 사람이 맡은 유랑극단의 '배우'는 극의 시작을 열고 끝을 닫는 역할을 한다. 이번 손진책 연출가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이 작품은 앞서 2016년 연극배우 겸 연출가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연극계 거장들이 모여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손진책 연출가를 비롯해 당시 출연한 배우와 제작진이 6년만에 다시 의기투합해 새롭게 다듬어 무대에 올린다.
배우 박정자·손숙·윤석화는 얼마 안 되는 분량의 대사지만 연습실에 꼬박꼬박 출석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연습실에 나오는 게 행복하단다. 박정자는 "우리에게 연습실이나 분장실, 공연장은 성소(聖所)와 같이 소중하고 귀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손숙은 "연습 때마다 형님(박정자)이 5~6시간 동안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며 "사실 요즘 건강도 안 좋고 힘든데, 연습실만 나오면 편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연극계 '대선배'로서 후배 배우들에게 주로 지적보단 칭찬을 한다. 윤석화는 "흘러가듯 가벼운 조언도 후배들을 힘들고 혼란스럽게 할 수 있어서 잘한 점에 대해 칭찬만 하려고 한다"며 "가끔 박지연(오필리어 역)이나 박건형(레어티즈 역)이 '선생님 어떤것 같아요?'라고 물어도 '네가 생각하는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정자와 손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았다. "('햄릿'에서) 주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은 우리의 열배, 스무배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야 해요. 선배들이 계속 지적하면 잘 되겠어요? 조용히 지켜보고, 맛있는 거나 사줘야지."
◆"무대 서는 건 아직도 떨리고 긴장돼" 연극 경력 수십년차지만 무대에 오르는 것은 언제나 새롭고 긴장된다. 손숙은 "무대에 서는 건 늘 새로워요. 설레는데 겁나기도 하고, 무대 뒤에서 엄청 떨어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박정자도 "갈수록 책임감도 커지다 보니 점점 더 많이 떨린다"고 거들었다.
'트로이카'란 이름으로 묶인 세 사람. 수십년 간 때로는 배우로서 경쟁하면서, 때로는 친구로서 의지하면서 쉽지 않은 연극계 생활을 버텨 왔다.
박정자는 남은 두 사람의 존재가 본인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로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죠. 이 가난하고 어려운 연극을 평생 같이 해 온 인연을 만나기 쉬울까요. 굉장히 고맙고 뜨뜻한 동료들이죠." 그러자 손숙이 외쳤다. "이하동문! 동료보단 이제 전우같은 느낌이에요." 윤석화가 마무리를 지었다. "미투(Me too)!"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트로이카 중 '맏언니' 박정자는 1962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 인생 60돌을 맞았다. 출연 작품이 160여편에 달하는 연극계의 대모다. 2년 뒤 데뷔한 손숙은 지금껏 백상예술대상 다섯번 수상이란 기록을 세우고, 환경부 장관과 마포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윤석화(1975년 데뷔)는 공연 제작과 공연 전문 월간지 '객석'의 발행인을 역임한 바 있는 '팔방미인'이다. 세 사람은 20년 전 안톤 체호프의 연극 '세자매'(2000년)에서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름 없는 단역 맡은 '여배우 트로이카'
이들이 신시컴퍼니가 제작하고 다음달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햄릿'에서 다시 뭉친다. 박정자·손숙·윤석화는 '햄릿'의 지시로 극중극 '곤자고의 살인'을 연기하는 유랑극단의 배우1~3 역을 맡았다.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극의 작품성을 인정받게 한다는 이들이 이름도 없는 단역을 맡았다는 소식에 연극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8일 서울 미아동 한 연습실에서 '햄릿' 연습을 마치고 나온 이들을 만났다. 세 사람에게 작은 역할에 불만은 없느냐고 물었다. 손숙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연극에 '작은 역할'은 없어요. '작은 배우'는 있겠지만." 윤석화도 옆에서 거들었다. "별로인 작품에서 주인공하는 것보다 좋은 작품에서 지나가는 행인하는게 더 좋아요."
손숙이 '대사가 일곱마디밖에 되지 않는다'고 장난 섞인 투정을 부리자 박정자가 달래며 말했다. "내 대사 좀 줄까? 나도 비슷하긴 하다.(웃음)" 대사는 적지만 세 사람이 맡은 유랑극단의 '배우'는 극의 시작을 열고 끝을 닫는 역할을 한다. 이번 손진책 연출가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이 작품은 앞서 2016년 연극배우 겸 연출가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연극계 거장들이 모여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손진책 연출가를 비롯해 당시 출연한 배우와 제작진이 6년만에 다시 의기투합해 새롭게 다듬어 무대에 올린다.
배우 박정자·손숙·윤석화는 얼마 안 되는 분량의 대사지만 연습실에 꼬박꼬박 출석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연습실에 나오는 게 행복하단다. 박정자는 "우리에게 연습실이나 분장실, 공연장은 성소(聖所)와 같이 소중하고 귀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손숙은 "연습 때마다 형님(박정자)이 5~6시간 동안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며 "사실 요즘 건강도 안 좋고 힘든데, 연습실만 나오면 편하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연극계 '대선배'로서 후배 배우들에게 주로 지적보단 칭찬을 한다. 윤석화는 "흘러가듯 가벼운 조언도 후배들을 힘들고 혼란스럽게 할 수 있어서 잘한 점에 대해 칭찬만 하려고 한다"며 "가끔 박지연(오필리어 역)이나 박건형(레어티즈 역)이 '선생님 어떤것 같아요?'라고 물어도 '네가 생각하는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정자와 손숙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모았다. "('햄릿'에서) 주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은 우리의 열배, 스무배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야 해요. 선배들이 계속 지적하면 잘 되겠어요? 조용히 지켜보고, 맛있는 거나 사줘야지."
◆"무대 서는 건 아직도 떨리고 긴장돼" 연극 경력 수십년차지만 무대에 오르는 것은 언제나 새롭고 긴장된다. 손숙은 "무대에 서는 건 늘 새로워요. 설레는데 겁나기도 하고, 무대 뒤에서 엄청 떨어요"라고 말했다. 옆에서 박정자도 "갈수록 책임감도 커지다 보니 점점 더 많이 떨린다"고 거들었다.
'트로이카'란 이름으로 묶인 세 사람. 수십년 간 때로는 배우로서 경쟁하면서, 때로는 친구로서 의지하면서 쉽지 않은 연극계 생활을 버텨 왔다.
박정자는 남은 두 사람의 존재가 본인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로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죠. 이 가난하고 어려운 연극을 평생 같이 해 온 인연을 만나기 쉬울까요. 굉장히 고맙고 뜨뜻한 동료들이죠." 그러자 손숙이 외쳤다. "이하동문! 동료보단 이제 전우같은 느낌이에요." 윤석화가 마무리를 지었다. "미투(Me too)!"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