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향한 선망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유비는 제갈량에게 삼고초려를 했고, 나폴레옹은 "인재가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종대왕과 정조는 신분과 당파에 관계없이 재능이 뛰어난 인물을 과감히 기용했죠. 기업인들에게도 '인재 확보'는 영원한 숙제입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많다"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 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인플레 시대...버핏이 말한 '최고의 투자법'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최고의 투자법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 CNBC 유튜브 캡쳐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여학생이 워런 버핏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하나의 종목에 투자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떤 종목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핏의 면전에서 '종목을 찍어달라' 요청한 건데요. 버핏은 "특정 종목보다 더 나은 걸 말해주겠다"고 운을 뗀 뒤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무언가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라며 "당신이 최고가 된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거나 그들이 생산하는 무언가를 당신의 일과 교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버핏은 "당신의 능력은 누가 빼앗을 수도 없고, 사라지지도 않는다(can't actually be inflated away from you)"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최고의 투자법은 자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이건 세금도 붙지 않는다"고 조언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남이 찍어준 주식으로 쉽게 돈 벌 생각 말고 인재가 먼저 돼라'는 건데요. '투자의 귀재' 버핏 역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인재를 향한 '尹心'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전부처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도 '인재 사랑'이 각별합니다. 특히 반도체 인재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지난달 7일 국무회의는 '윤심(尹心)'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전 부처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에 대해 교육부 차관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자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에 웬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강하게 질타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인력이 부족해서인데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 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이 1년에 3000여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협회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향후 10년간 누적 부족 인력이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인재 기근'이 심각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5년간 1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재 양성과 관련해선 'AI(인공지능) 반도체 연합전공'을 3개 대학에 개설하고, 'AI 반도체 대학원' 3곳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혼쭐(?)난 교육부도 이달 반도체 인재양성 지원안 발표를 앞두고 30여개 대학에 정원 확대 희망 시기 등 수요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이 1000명 늘어나면 삼성전자급 회사가 두 개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정부의 '반도체 인재 육성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인재 관련주 성적표는 어떨까

인재 관련주의 대표적 종목으로 사람인에이치알과 원티드랩이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인재 관련주의 대표적 종목으로 사람인에이치알과 원티드랩이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인재 관련주로는 채용 플랫폼 기업들이 있습니다. 사람인에이치알(HR)이 대표적입니다. 채용 시장도 리오프닝 효과를 봤던 걸까요.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이 1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급증했습니다. KB증권은 사람인에이치알에 대해 '변화하는 고용시장 내 과점 사업자'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47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꼽았습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인건비가 단기간 빠르게 상승할 경우 채용 시장의 수요를 둔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인에이치알 자체 인건비 상승으로 마진율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일 사람인에이치알의 주가는 2.13% 내린 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원티드랩은 채용 플랫폼의 '신흥강자' 입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웠습니다. 구직자의 이력서 데이터와 기업의 채용공고를 AI로 분석해 매칭시켜주고, 합격·출근까지 이루어지면 연봉의 7%를 가져오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에 적합한 사업구조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수시 채용시 매칭 플랫폼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원티드랩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힙니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용시장 둔화는 대규모 신입공채 축소를 의미하고 이는 경력직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력직 이직은 결국 또 다른 채용으로 이어져 원티드랩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일 원티드랩의 주가는 1.85% 내린 2만1200원에 마감했습니다.

제자리걸음 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인재가 안 보인다"
지난해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1'에서 나온 말입니다.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과 교육계 인사들은 '창의적 인재'가 부족한 현실을 우려했습니다. 원인은 천편일률적 교육에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데 교육부 수장은 두 달 가까이 공석입니다. 흔히 교육 정책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인재 양성 대책만큼은 초당적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야 예비 인재들이 버핏이 말한 '최고의 투자'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 돈(주식) 얘기와 어제 본 TV 얘기일 겁니다. '기승전-주식'이란 뜻인 [기승쩐주(株)]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예능,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종목'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아래 기자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매주 뻔하지 않은 'Fun'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