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또 오르면서, 10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집계됐다. 5월(3.3%) 대비 0.6%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인식은 4%로, 한 달 새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황희진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팀장은 "기대 인플레가 현재 물가 흐름을 계속 반영해서 높게 나타났다"며 "유가 국제 식량 가격 등과 같은 해외 요인이 크고, 외식비를 비롯한 개인 서비스 요금과 같은 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가 기대 인플레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물가수준전망CSI는 163으로 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8년 7월(16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중국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6.2포인트 내린 96.4를 기록했다. 100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2월(97.2) 이후 처음이다. 기준치 100(2003~2021년 평균치) 이하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황 팀장은 "소비자심리는 경기 관련 지수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우려가 커진 영향"이라며 "외식 물가 등 코로나 이후 이동에 민감했던 항목들 중심으로 소비도 소폭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100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생활형편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등 6개 구성지수 모두 하락했다. 향후경기전망 CSI는 69로 전달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9월(6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수입전망은 97로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생활형편도 2포인트 하락한 87로, 지난해 2월(87)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생활형편전망은 전달보다 5포인트 내린 88을 기록했다. 2020년 9월(85) 이후 최저치다.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졌다. 금리수준전망 CSI는 3포인트 오른 14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상 및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상 등이 반영된 여파다.

반면 주택가격전망은 13포인트 내린 98로, 지난 2월(97) 이후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락 폭으로 따지면 2020년 4월 16포인트나 내려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현재가계부채 CSI는 전달과 같은 102를 기록했지만, 가계부채 전망은 3포인트 오른 102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1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금수준전망도 1포인트 내린 116으로, 이전 최저치인 지난 4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황 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하반기 금리인상 예고 등 경기둔화 우려가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백화점 매출액이나 카드 승인액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나쁘지 않지만, 물가 관련해 유류세 인하가 체감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와 금리인상 예고가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