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이후 탈북, 조사 과정서 자백해 재판 넘겨져
탈북민 납치해 강제 북송 가담한 北주민…집행유예 선처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을 납치해 강제로 북송하는 데 가담한 북한 주민이 탈북 이후 재판에 넘겨졌지만 집행유예로 선처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노호성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지난 24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0년 3월 북한 국가안전보위성 정보원으로 일하면서 중국 장백현에서 탈북민 B씨를 납치해 북한 보위부에 넘기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1997년 처음 탈북한 뒤 2009년부터 남한에 정착해 살던 탈북민이었다.

북한 보위부 직원들은 B씨에게 '보위부 문건을 전달할 테니 장백현으로 오라'고 유인한 뒤 승용차에 태워 북한에 신병을 넘겼다.

A씨는 차량과 운전사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B씨는 문건을 받아 남한에 제보하고 보상을 받으려는 생각에 이들의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 넘겨진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에 다시 입국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후 2012년까지 북한 주민들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던 중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2016년 9월 탈북해 이듬해 1월 남한에 정착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범행을 자백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북한 보위성의 강요로 범행했기 때문에 형사 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자수했기 때문에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밀수입 등 경제 활동의 편의를 얻기 위해 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송된 자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반인륜적인 범죄"라면서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기보다 집행유예 선처를 베풀어 건전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또 "B씨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북한 당국의 반인권적 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남한에 입국하기 전 벌어졌고 A씨의 가담 정도가 낮으며 남한에서 성실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점도 유리한 판단 요소로 고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