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쁜 뉴스는 그냥 나쁜 뉴스"…나이키 7%↓, 어닝시즌 비상
28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장 초반 랠리를 이어가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완화됐다는 소식에 아시아, 유럽 증시가 상승하면서 그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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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문제였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7로 전월(103.2)뿐 아니라 월가 예상(100)을 훨씬 밑돌았습니다. 2021년 2월(95.2)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현재의 사업 및 고용 상황과 관련된 현재 여건 지수는 전달 147.4에서 147.1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향후 6개월 후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지수가 전월 73.7에서 66.4로 추락했습니다. 이는 2013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콘퍼런스보드의 린 프랑코 선임 이사는 "소비자의 암울한 전망은 인플레이션, 특히 휘발유와 음식료 가격 상승에 대한 걱정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며 "기대 지수가 80선 아래로 훨씬 떨어졌으며, 이는 올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약화할 뿐 아니라 연말까지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콘퍼런스보드가 조사한 1년 인플레이션 전망은 8%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사가 시작된 198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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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미시간대가 조사한 소비자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예비치 3.3%에서 3.1%로 수정되면서 주요 지수는 급등했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크게 솟구친 것이죠. 보스턴파트너스의 마이크 멀라니 글로벌 시장 리서치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나쁜 뉴스는 그냥 나쁜 뉴스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금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훨씬 더 공격적일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각인 오전 10시 발표된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6월 지역 제조업 지수는 마이너스(-) 19를 기록했습니다. 전월(-9)이나 월가 예상(-5)을 훨씬 밑돌았습니다. 지수는 제로(0)를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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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시장은 '나쁜 뉴스는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침체 우려가 커지면 Fed가 공격적으로 긴축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지수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갈수록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이는 장 개장 전 CNBC와 인터뷰를 가진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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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로 꼽히는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말까지 1.5%~1.75% 수준인 기준금리를 3%~3.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추가로 150~175bp 더 인상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특히 기준금리가 내년 어느 시점에는 4%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리가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라며 "우리는 금리를 높여야 하며 이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나의 기본 가정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낮춰야 할 필요성, 그리고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내년에 우리가 다소 제약적인 영역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음 회의에서 50bp나 75bp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 같다"라면서 "실제 금리 인상 규모는 데이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회의에서 우리가 한 75bp 인상은 아주 옳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히면서도 "내 기본 사례는 실업률이 향후 몇 년 동안 약 4%를 약간 상회할 정도로 경제가 둔화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5월 실업률은 3.6%였습니다. 그리고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이상 상승한 경우 예외 없이 경기 침체가 시작됐습니다. 경제가 상당 부분 악화한다 해도 금리를 계속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장 보뱅 블랙록 경제연구소장은 "Fed가 비둘기파적 선회를 할 때까지 금리는 계속 상승하면서 경기 침체의 위험이 커질 것이다. Fed의 전환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약간의 고통이 있기 전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호 자산 배분 헤드는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Fed가 덜 매파적으로 선회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 높은 시장 변동성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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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도 다시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9달러(2.00%) 오른 배럴당 111.7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3거래일간 7.49달러(7.18%) 상승했습니다. 중국의 봉쇄 완화는 수요 확대를 의미합니다. 게다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를 추가로 증산할 여력이 거의 없다고 말한 게 보도됐습니다. UAE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그렇게 들었다는 겁니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도 OPEC+ 합의에 따라 거의 최대한도(하루 316만8000배럴)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0일 OPEC+ 회의를 앞두고 나온 통계를 보면 OPEC+는 지난 5월 합의된 생산량보다 하루 270만 배럴 적은 양을 생산했습니다. 치솟는 유가에도 배정된 양만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룸버그는 "OPEC+가 세계 시장에 석유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보다 연산 5억 배럴 이상 뒤처져 있어 세계 원유 시장의 균형을 지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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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도 상승 추세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로 안정시킨다는 목표를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역할을 하겠다"라며 "필요한 경우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로존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1%로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가르드의 멘트로 인해 독일 등 유로존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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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수익률 곡선 컨트롤(YCC)을 포기할 것이란 베팅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은행이 YCC를 포기한다는 건 일본의 금리가 급등할 것이란 뜻입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 초반 3.255%까지 올랐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40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 수요도 저조했습니다. 발행 금리는 3.280%에 결정되어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3.259%보다 2.1bp나 높게 형성됐습니다. 다만 뉴욕 증시가 급격히 떨어진 탓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자 금리는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 10분께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1.9bp 하락한 3.191%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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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우는 1.56%, S&P500 지수는 2.01%, 나스닥은 2.9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16일 바닥에서 8%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3%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S&P500 업종 가운데 이날 오른 업종은 에너지(2.7%)밖에 없었습니다. 소비자 신뢰 지수가 급락한 영향으로 홈디포(4.41%), 로우스(-5.16%), 엣시(-8.2%)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임의소비재(-4.03%) 업종의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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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트레이딩 담당은 "올해 많은 상승세가 빠르게 또 다른 최저점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수 있으므로 랠리의 지속성이 의심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7월 첫 2주간이 가장 증시 수익률이 높을 때라는 통계를 전해드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7월 수익률이 5, 6월에 비해 좋기는 하지만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그 계절성이 덜하다"라는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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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장 마감 뒤 월가 은행들은 줄줄이 배당금을 높였습니다. Fed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웰스파고, 골드만삭스는 각각 20%, 25% 배당금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JP모건과 씨티그룹은 배당금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속 가능한 배당금을 지급하고 미래 규제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기 위해 자본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이먼 CEO는 지난 1일 "허리케인이 온다. 대비하라"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씨티의 제인 프레이저 CEO도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이들 은행이 정말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도 투자자에게 불안감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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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나이키는 이날 6.98% 폭락했습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월가의 예상을 넘기기는 했지만 마진 축소, 일회성 이익 발생, 재고 23% 급증, 북미 시장 매출 감소 등 여러 가지 찜찜한 점이 많았던 탓입니다. 나이키는 콘퍼런스콜에서 다음 분기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비슷하거나 약간 증가할 것이고, 연간 매출은 낮은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향후 4년간 18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를 부양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나이키는 중국 봉쇄, 공급망 문제 등 알려진 문제들 때문에 향후 실적 전망을 낮췄다. 주가는 장 초반 3% 올랐지만 결국 7%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모든 나쁜 소식이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경고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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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나이키가 겪은 것과 같은 마진 압박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건스탠리가 강력하게 이를 주장해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동조했고요. 그런데 이날 골드만삭스도 여기에 합류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선임 전략가는 어젯밤 보고서에서 "S&P500 기업들의 2023년 이익 및 마진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 예측이 너무 낙관적이며 주가를 더 압박할 수 있다"라면서 "이익('E')이 떨어지면 현재 주가수익비율(P/E)이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제가 침체에 빠지든 아니든 S&P500 기업(중간값)의 이익 마진은 내년에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모델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오면 마진은 1.3%포인트, 침체가 오지 않았을 때도 0.7%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왜 이런 마진 압박이 발생한다고 봤을까요? 긴축적인 금융여건과 지속적 투입 비용 압박, 매출 성장 둔화 등이 원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 모델이 맞는다면 앞으로 어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예상 매출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마진 압축만으로도 중간값 주식의 2023년 예상 EPS 성장률이 (현재 월가가 예상하는) 10% 성장에서 0이 될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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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기업들은 폭발적 마진 확대를 경험했습니다. S&P500 기업들의 마진은 2019년 1분기 11.2%에서 2021년 1분기 13.0%까지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12%에 달했습니다. 팬데믹 때 부동산, 마케팅, 출장 등 각종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기술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온갖 비용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S&P500 기업들은 서비스보다 제조 기업 비중이 높으므로 수요의 변화는 뉴욕 증시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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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리치먼드 등 연은들이 발표하는 지역 제조업 지수가 상당한 둔화와 잠재적 수축을 나타내고 있는데,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라며 "경제 데이터를 고려할 때 월가의 EPS 추정은 너무 장밋빛이다. 지역 연은들의 지수 평균은 EPS를 꽤 잘 추적하며, 종종 앞선다. 이를 고려한 향후 EPS 증가율은 연 1%에 불과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리치먼드 연은의 제조업 지수(-19)뿐 아니라 전날 발표됐던 댈러스 연은의 제조업 지수도 -17.7로 급락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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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에서는 기업 실적이 월가 컨센서스보다는 나빠질 수 있어도, 시장이 걱정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관측들도 있습니다. BMO의 브라이언 벨스키 전략가가 대표적입니다. 블랙록에 따르면 1957년 이후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때 S&P500 기업의 EPS는 평균 13% 감소했습니다. 과거 다섯 번의 침체만 따지면 18% 떨어졌습니다. 이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든 금융사가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EPS가 무려 40% 급감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EPS 하락 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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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높을 때인 1973년, 1980년 경기 침체 당시의 EPS 하락률은 -4%, -2%에 그쳤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명목 매출과 이익은 많이 감소하지 않은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