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건설업계가 재차 셧다운 위기를 맞았다. 수도권 레미콘 운반 차량(콘크리트 믹스트럭) 운송업자들이 내달 1일 집단행동을 예고한 탓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동조합(운송노조)은 내달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운송노조는 전일 조합원 투표 결과 파업 찬성률이 82.9%를 기록했다며 오는 30일까지 레미콘 제조사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운송노조는 현재 회당 5만6000원인 운송비를 7만1000원으로 1만5000원(약 27%)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차량 운행에 드는 요소수 비용 전액을 레미콘 제조사가 부담하고 △명절 상여금 100만원 △근로 시간 면제수당 100만원 △성과금 1인당 100만원(연 2회) 지급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레미콘 업계는 이러한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경유 등 유류대를 제조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으며, 운송비 상승 폭도 레미콘 가격 상승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는 2017년 4만원에서 지난해 5만6000원으로 40% 인상됐다. 운송노조 요구대로 7만1000원을 적용하면 5년 만에 77%가 오르게 된다.

이에 비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2017년 ㎥당 6만4200원에서 지난해 7만1000원으로 10.6% 인상에 그쳤다. 재료인 시멘트 가격이 약 15% 뛴 올해도 ㎥당 8만300원으로 13.1% 오르는 데 그쳤다. 원자재에 비해 레미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기에 운송료 인상도 물가상승률 수준인 5%(3000~4000원) 내외만 가능하다는 게 레미콘 업계의 시각이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기다리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기다리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운송비 단체협상 자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운송노조는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조합을 신청해 인가받았으니 단체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레미콘 제조사들은 레미콘 운송 차주는 대법원이 근로자나 조합원이 아니라고 판결한 개인사업자이기에 개별협상을 해야 하며, 집단행동 역시 파업이 아닌 집단 운송거부라며 맞서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레미콘 운송 차주가 노조에 가입해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큰 탓에 건설업계는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창원 등지에서 5월 18일부터 6주간 레미콘 운송업자들이 운송거부에 나선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멈춘 일대 공사 현장들은 공사 기간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중순부터 부산신항만이나 일대 고등학교, 아파트 등의 공사가 멈췄다"며 "일부 현장은 배선 등 대체 작업을 진행했지만, 운송거부가 길어지면서 결국 셧다운을 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 연기 등의 피해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수도권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