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일할 사람 없네"…대기업은 "쓸만한 사람 없네"
중견·중소기업의 일손 부족 현상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며 구직자들의 대기업 쏠림 현상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고용부 조사 결과 300인 미만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이 미충원된 비율이 300인 이상 기업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충원 사유도 300인 미만 기업에서는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에 미달'했다는 응답이 1위를 차지한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구직자가 기업의 요구 조건에 미충족'했다는 취지의 응답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해 차이를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1분기 '구인'과 '채용' 인원은 각각 130만3000명, 112만8000명으로 나타나 전년 동기보다 23만7000명(22.3%↑), 16만5000명(17.2%↑)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의 종료 등으로 어느 정도 인력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1분기 인력 수급난도 확대됐다. 기업이 필요한 '구인 인원'에서 실제로 충원된 '충원 인원'을 제외한 '미충원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7만2000명이 증가했다. 무려 70.2%나 늘어난 수치다.

미충원율(구인 인원 대비 미충원 인원의 비율을 %로 나타낸 수치)도 13.4%로, 전년 동기대비 3.8%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기업 규모별로 조금 달랐다.

중소기업 미충원율은 대기업 미충원율의 3배에 육박했다.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 미충원 인원은 16만4000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6만8000명이 늘었다. 전체 기업 미충원율의 94%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미충원율도 14.7%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1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충원율 5.6%를 기록해 300인 이상 기업 미충원율의 1/3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상승률도 전년동기대비 1.1%포인트에 그쳤다.

300인 미만 중견중소기업들이 인력 충원에 훨씬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대기업으로 쏠리는 현상의 입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사업체가 구인을 시도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이유인 '미충원 사유'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일할 사람 없네"…대기업은 "쓸만한 사람 없네"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5.0%로 나타나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17.8%)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에서는 '지원자가 사업체가 요구하는 경력에 못 맞춘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높고, '지원자가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학력이나 자격을 못 맞춘다'는 대답이 20.7%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으로 인력 쏠림 현상이 가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에 제기된다. 결국 구직자들이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은 자리가 있어도 사람을 못 구하는 현상이 커지면서, 1·2차 노동시장이 완전히 분리되는 이원화 현상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