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미달을 겪고 있는 사립대에서 ‘신입생 모집 실적’만을 기준으로 교수의 연봉을 책정했다고 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립대가 실적주의를 내세웠다고 해서 반드시 교원의 신분보장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방의 한 사립대 교수 A씨가 대학 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가 재직하던 B학교는 2012년 대학교 정원 미달로 인한 재정 부족에 부딪혔다. 이에 학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교직원 성과연봉계약제를 채택했다. 공무원 보수규정 등에 따라 원래 적용받던 ‘연봉대상금액’을 정한 뒤 교수 개인별 학생 모집 실적과 학과별 충원율을 평가해 산정한 적용률을 곱해 연봉에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3~2014학년도 A씨의 연봉은 전년 대비 8% 삭감됐다. 그는 “성과급 연봉제는 법인의 정관이 준용하기로 한 공무원 보수규정에 어긋나 무효”라며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교원의 급여는 학문의 자유와 교원의 신분보장을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즉, 이 사건 성과연봉제는 공무원 보수규정에서 연봉을 더 삭감하는 내용의 계약으로 법의 취지를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취지다. 2심 재판부 역시 “신입생 모집은 교원의 직접적인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교원의 성과 임금이 신입생 모집률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경우 본질적 업무인 학생 교육과 지도, 학문 연구 등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또 신입생 충원율만으로 사립학교 교원의 성과 임금을 정하는 것은 사립학교 자율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신입생 모집 실적만을 평가 기준으로 성과 임금을 정했다고 해서 교원 보수규정과 근로기준법 강행 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합리성을 잃고 사립학교의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사립학교가 교원의 보수를 결정할 때 쓰는 평가 항목이나 기준은 되도록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과급적 연봉제의 지급 기준이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대학의 구체적인 재정 상태 △교원 보수 수준 △특정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보수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성과급적 보수의 변동이 교원 본연의 업무 수행과 생계에 미치는 영향 △교원이 이런 기준에 동의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