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출산업에 대한 ‘정상 세일즈 외교’의 시작입니다. 일단 원전과 방산부터 시작하지만 향후 5년 동안 다른 주력산업도 리스트에 계속 추가될 것입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호텔에서 한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외교의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을 첫 해외 출장 지역으로 정한 것도 산업 및 통상 전략의 커다란 변화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최 수석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에 대해 “지난 20년간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다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시장에 대해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만 17조달러로 중국과 비슷하다”며 “최근 이곳에서 원전이라든지 방산 같이 새로운 수출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냉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유럽이 새로운 기회의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한국이 기술 강국이라는 인식이 유럽 기업인들 사이에 확대되고 있고, 그만큼 한국과의 협력을 아주 강하게 희망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은 전통적으로 설계, 소재, 장비 분야에서 장점이 있고 우리는 세계 최고의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유럽과 우리 산업구조가 매우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의 이번 경제외교 키워드를 △원전·방산 세일즈 외교의 시작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미래 성장산업 협력기반 구축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폴란드, 체코 등 (원전)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수주의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해 체코와 폴란드에 출장 중”이라고 전했다. 또 “영국,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최근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한 수출 후보국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협력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최 수석은 폴란드와는 방산, 덴마크와는 조선 분야에서 대규모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향후 2년에서 3년간의 방산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20년, 30년을 좌우할 전망”이라고 했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의 이런 경제외교 행보가 “최근 둔화되고 있는 우리 수출에 퀀텀 점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드리드=좌동욱/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