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건설이 사라졌다’는 한경의 기획시리즈(29일자 A1, 3면)는 해외 수주전을 기피하는 건설업계의 위축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올 들어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은 단 한 건이고, 상반기 실적은 16년 만에 최악이다. 중동을 ‘현대적 국가’로 탈바꿈시킨 저력의 한국 건설업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세계 굴지의 건설 프로젝트를 휘젓던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하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시장은 유무형의 리스크가 크다. 급변하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만 봐도 앞으로는 남고 뒤로 밑지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는 기술에 밀리고 중국 등 신흥국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구조적 애로도 있다고 한다. 근래 몇 년을 돌아보면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안정적 사업이 속 편하고 달콤했을 수도 있다. 정부가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적극 지원한 사례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쉬운 길로 오다 보니 초대형 국제 프로젝트 수주전에 한국 건설사는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야성’을 잃은 이런 상황이 오래가선 곤란하다. 리비아 대수로와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했고 최근에는 세계 최장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현수교를 세운 한국 건설업계의 전설 같은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때처럼 정부도 적극 나서 ‘원 코리아 팀’을 이뤄야 한다.

고공 행진하는 유가 덕에 중동 산유국에는 ‘오일머니’가 넘치고 있다. 지난 1분기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성장률은 9.9%였다. 이 나라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올해 설비투자는 최대 500억달러에 달하고, UAE 국영 석유회사의 향후 5년간 투자계획은 1270억달러에 이른다. 과거 성공 경험을 살려 다시 중동으로 달려가기 바란다. 수출금융 등의 지원책은 물론 인력 운용과 근로 규제에 대해서는 해외 현장에서만이라도 정부가 적극 풀어줄 필요가 있다. 마침 500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에 국내 기업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 실리는 소식도 있다. 당장은 비극적 참화를 속히 끝내는 게 급선무지만,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복구 프로그램 참여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안 그래도 무겁고 겁나는 뉴스가 넘친다. 한국 건설사들이 ‘야성’을 회복하고, 기업가 정신으로 해외로 달려 나가 희망의 신호를 던져보라. 이것저것 다 따지면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