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美 트레일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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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회 흥망성쇠의 원리를 탐구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란 책에는 원래 한 도시였던 노갈레스의 엇갈린 운명이 소개돼 있다. 높다란 국경 담장을 중심으로 한쪽은 미국 애리조나주, 다른 한 편은 멕시코 소노라주다. 1853년 미국 정부가 노갈레스의 일부 지역을 멕시코로부터 사들인 결과다.
그런데 1인당 소득부터 교육 서비스, 각종 도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미국 쪽 지역이 훨씬 우월했다. 저자(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는 폐쇄적이고 수탈하는 사회냐,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냐가 그런 차이를 결정지었다고 분석했다.
이웃한 것끼리 차이가 크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뭐든 흐르는 게 자연의 이치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저개발국에서 인접한 선진경제국으로 어떻게든 밀입국해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을 막아세우기 어렵다. 우리도 한때 그랬다.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도 사업가 꿈을 이루기 위해 스무 살 나이(1941년)에 일본으로 밀항했다. 이런 일들이 오래전 과거도 아니다. 부산에선 1980년대까지도 작은 통통배 엔진룸에 납작 엎드려 일본으로 밀항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쓴 월경(越境)은 미·멕시코 접경지역의 일상이다. 100년 이상 된 골칫거리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죽음도 적지 않았다. 지난 27일엔 텍사스주 남부의 샌안토니오시 외곽에서 불법 이민자 46명의 시신이 트레일러에서 발견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냉장 트레일러에 의지해 이동했는데,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차 안이 섭씨 70도까지 올라 질식 등으로 사망한 것이다. 2017년에도 같은 곳에서 같은 문제로 10명이 죽었고, 2012년 텍사스 남부에선 불법 이민자 차량의 교통사고로 15명이 사망했다.
볼썽사나운 것은 책임 공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야당이던 민주당은 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강화가 참사를 부른다고 비판했다. 이번엔 공화당이 조 바이든 정부의 개방적 국경 정책 변화가 사태를 초래했다고 성토한다.
시리아 어린이 난민의 시신, 우크라이나 전쟁 속 집단학살 논란에 이어 샌안토니오 참사까지 인간 존엄성에 회의를 갖게 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존엄한 생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타깝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그런데 1인당 소득부터 교육 서비스, 각종 도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미국 쪽 지역이 훨씬 우월했다. 저자(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는 폐쇄적이고 수탈하는 사회냐,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냐가 그런 차이를 결정지었다고 분석했다.
이웃한 것끼리 차이가 크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뭐든 흐르는 게 자연의 이치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저개발국에서 인접한 선진경제국으로 어떻게든 밀입국해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을 막아세우기 어렵다. 우리도 한때 그랬다.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도 사업가 꿈을 이루기 위해 스무 살 나이(1941년)에 일본으로 밀항했다. 이런 일들이 오래전 과거도 아니다. 부산에선 1980년대까지도 작은 통통배 엔진룸에 납작 엎드려 일본으로 밀항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쓴 월경(越境)은 미·멕시코 접경지역의 일상이다. 100년 이상 된 골칫거리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죽음도 적지 않았다. 지난 27일엔 텍사스주 남부의 샌안토니오시 외곽에서 불법 이민자 46명의 시신이 트레일러에서 발견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냉장 트레일러에 의지해 이동했는데, 에어컨이 고장 나면서 차 안이 섭씨 70도까지 올라 질식 등으로 사망한 것이다. 2017년에도 같은 곳에서 같은 문제로 10명이 죽었고, 2012년 텍사스 남부에선 불법 이민자 차량의 교통사고로 15명이 사망했다.
볼썽사나운 것은 책임 공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야당이던 민주당은 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강화가 참사를 부른다고 비판했다. 이번엔 공화당이 조 바이든 정부의 개방적 국경 정책 변화가 사태를 초래했다고 성토한다.
시리아 어린이 난민의 시신, 우크라이나 전쟁 속 집단학살 논란에 이어 샌안토니오 참사까지 인간 존엄성에 회의를 갖게 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존엄한 생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타깝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