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미 경제 및 증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물가가 워낙 뛰고 있어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논리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새로 내놓은 투자노트에서 “Fed의 태도 변화를 보니 경기 침체로 진입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까지 미 경제가 침체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봐왔다.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고물가보다 차라리 침체가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실제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기업 감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ed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보고 있는데, 이걸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만 4.1%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며 “(가능하지 않은 만큼) Fed가 결국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로 최종 확정됐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로 최종 확정됐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7월 통화 정책 회의에서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9월 회의에선 50bp 올릴 것이란 게 두타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월가에서 60여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조지 볼 샌더스모리스해리스 회장은 “S&P500지수는 1월의 최고점(4796)에서 올 가을 31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보다 19%가량 지수가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볼 회장은 “다만 주가가 이 정도 더 떨어지더라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후의 급변동과 비교하면 투자 수익이 조금 감소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했다.

볼 회장은 “앞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요인은 기업 마진 하락”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Fed는 정치적인 인기보다 인플레이션 근절에 더 확고한 모습”이라며 당분간 상당한 수준의 긴축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보뱅 블랙록 투자연구소장은 “지금은 저가 매수 타이밍도, 물가의 정점도 아니다”며 “다만 침체가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뱅 소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물가 충격을 받은 뒤 동시에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다시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전환할 때까지 침체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 침체 위험이 반영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 침체 위험이 반영됐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2%) 복귀가 가능하지만 보장하기 어렵다”며 “연착륙도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시인했다. “경기 후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과도한 긴축 위험이 있으나 물가 안정 실패가 지금으로선 더 위험하다”고 부연했다.

올해 FOMC 위원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경제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7월 회의 때 7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레타 총재는 “향후 2년간 실업률이 4~4.25%보다 조금 위쪽을 향할 수 있다”며 “경기 둔화 등 위험과 고통이 있겠지만 (물가를 낮추려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