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잇달아 실패한 해외 바이오, 국내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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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라, 임상 2상 POC서 기준 못 미쳐
아카디아, 美 FDA로부터 부정적 의견
바이오젠·로슈도 잇딴 임상 실패
아카디아, 美 FDA로부터 부정적 의견
바이오젠·로슈도 잇딴 임상 실패
로슈, 아카디아파마슈티컬, 바이오젠, 아티라파마슈티컬…. 이달 들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임상시험 실패를 발표한 기업들이다. 빅파마를 비롯한 해외 바이오기업들이 줄줄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일각에선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한 아두헬름, 크레네주맙이 실패하면서 다중표적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회사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고니메톤은 신경세포 재생에 초점을 맞춘 표적 치료제다. 중추신경계에 있는 간세포성장인자(HGF)와 신경세포의 MET 단백질 수용체 간의 신호전달과정을 촉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이번 연구에서 포스고니메톤은 뇌파 검사를 통한 자극과 반응 사이의 지연(delay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등 임상시험의 1차 평가변수를 만족하지 못했다. 인지능력, 임상 및 기능적 변화 등 2차 평가변수 역시 기준에 못 미쳤다.
미국 아카디아파마슈티컬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카디아는 지난 17일(현지시각) FDA 산하의 향정신성약물자문위원회(PDAC)로부터 '누플라지드' 승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받았다.
누플라지드는 환각, 망상 등 파킨슨병 정신질환(PDP) 치료제다. 아카디아는 임상시험과 시판 후 실제 투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플라지드가 알츠하이머병 정신질환(ADP)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누플라지드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환각, 망상 등에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표결 결과 반대는 9표, 찬성은 3표였다. FDA는 자문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올 8월까지 누플라지드의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효능 및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 공보험 메디케어를 운영하는 'CMS'는 지난 4월 아두헬름의 보험 적용 범위를 임상시험 참가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두헬름 임상 4상 실패도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환자 등록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바이오젠은 애초 6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4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환자는 20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가격을 절반가량으로 낮추고,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로슈도 지난 16일(현지시각) 항아밀로이드 베타 항체치료제 '크레네주맙'의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ADAD)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5~8년간 임상을 진행한 결과 CDR-SB(임상치매척도) 지표 등 1, 2차 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ADAD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생기는 희귀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이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알츠하이머병 인식의 달'인 6월에 잇따라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신들은 환자들에게 '실망스러운 달(a disappointing month)'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GV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표적 물질은 아두헬름과 같지만, 신경세포의 염증을 억제하고 항산화, 면역 등 다양한 기전을 유도하는 다중표적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디앤디파마텍은 FDA로부터 펩타이드 의약품 'NLY01'의 2b상을 승인받았다. NLY01은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가 타깃이다. 신경염증 과정을 억제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을 동시 치료하는 기전이다.
아리바이오도 다중표적 치료제 'AR1001'를 개발 중이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제거뿐 아니라, 신경세포 사멸 억제 및 생성 촉진, 단백질의 신호전달체계 회복을 통한 기억력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다음달 미국 FDA에 임상 3상을 신청하고, 연내 환자 투약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기전이 복잡하기 때문에 다중표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일각에선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한 아두헬름, 크레네주맙이 실패하면서 다중표적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회사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티라·아카디아, 평가기준 못 미쳐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티라파마슈티컬은 최근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포스고니메톤'의 임상 2상 개념증명(POC) 연구에서 주요 지표를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포스고니메톤은 신경세포 재생에 초점을 맞춘 표적 치료제다. 중추신경계에 있는 간세포성장인자(HGF)와 신경세포의 MET 단백질 수용체 간의 신호전달과정을 촉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이번 연구에서 포스고니메톤은 뇌파 검사를 통한 자극과 반응 사이의 지연(delay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등 임상시험의 1차 평가변수를 만족하지 못했다. 인지능력, 임상 및 기능적 변화 등 2차 평가변수 역시 기준에 못 미쳤다.
미국 아카디아파마슈티컬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카디아는 지난 17일(현지시각) FDA 산하의 향정신성약물자문위원회(PDAC)로부터 '누플라지드' 승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받았다.
누플라지드는 환각, 망상 등 파킨슨병 정신질환(PDP) 치료제다. 아카디아는 임상시험과 시판 후 실제 투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플라지드가 알츠하이머병 정신질환(ADP)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누플라지드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환각, 망상 등에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표결 결과 반대는 9표, 찬성은 3표였다. FDA는 자문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올 8월까지 누플라지드의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대주' 아두헬름·크레네주맙도 실패
뇌 세포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임상도 줄줄이 실패했다. 바이오젠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아두헬름의 임상 4상을 중단했다. 세계 최초 치매 치료제인 아두헬름은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승인을 받았다.하지만 효능 및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 공보험 메디케어를 운영하는 'CMS'는 지난 4월 아두헬름의 보험 적용 범위를 임상시험 참가자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두헬름 임상 4상 실패도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환자 등록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바이오젠은 애초 6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4상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환자는 20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가격을 절반가량으로 낮추고,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로슈도 지난 16일(현지시각) 항아밀로이드 베타 항체치료제 '크레네주맙'의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병(ADAD)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5~8년간 임상을 진행한 결과 CDR-SB(임상치매척도) 지표 등 1, 2차 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ADAD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생기는 희귀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이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알츠하이머병 인식의 달'인 6월에 잇따라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신들은 환자들에게 '실망스러운 달(a disappointing month)'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선 다중표적 치료제 개발 속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다중 표적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펩타이드 의약품 'GV1001'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천연물 기반 치료제를 제외하면 국내 개발사 중 가장 빠른 속도다.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GV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표적 물질은 아두헬름과 같지만, 신경세포의 염증을 억제하고 항산화, 면역 등 다양한 기전을 유도하는 다중표적 치료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디앤디파마텍은 FDA로부터 펩타이드 의약품 'NLY01'의 2b상을 승인받았다. NLY01은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가 타깃이다. 신경염증 과정을 억제해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을 동시 치료하는 기전이다.
아리바이오도 다중표적 치료제 'AR1001'를 개발 중이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제거뿐 아니라, 신경세포 사멸 억제 및 생성 촉진, 단백질의 신호전달체계 회복을 통한 기억력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다음달 미국 FDA에 임상 3상을 신청하고, 연내 환자 투약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기전이 복잡하기 때문에 다중표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